제 목 : 염장질일지도 모르나 시가 안간 추석 한갓져 좋네요.

 

제가 웃으며 글쓰지만 고3첫애때문에 죽고 싶으나 둘째와 남편 부모님 생각에 죽지 못해 사는 중이니 너무 염장질려 마세요. 

 

결혼 20년, 시가에 별로 맺힌 거 없습니다. 

이런저런 사연으로 남편과 시모는 쟤가 시가 맺혔을거야 눈치보는 거 느껴지지만 그들이 제게 잘못한 것도 없고 단지 발끊은 큰며느리 자식 노릇 안하는(시모는 부모노릇 넘치게 했습니다) 큰아들때문에 지레 기가 죽은 자격지심에 그냥 평범 적정선의 며느리 노릇하는 제 기색살피는 거 알기에 그냥 웃어요. 손윗동서 형님에겐 별 생각 없어요. 형님 부모도 아닌데요 뭘. 그럴수 있죠.  가끔 시숙 생각하면 하 거 참 싶어도 그또한 남일이라... 큰아들에게 버림받은 큰아들 바라기 시모가 내 엄마도 아니고 뭐 딱히 가슴아플거 있나요. 노인네 안됐네... 하고 마는 거죠. 

 

다만 인지상정으로 불쌍타 노인네... 싶고, 남편은 단둘있는 자식, 큰아들에게 버림받은 제 엄마 얼마나 애틋하고 불쌍하겠나 싶어 남편봐서 인류애 발휘하며 삽니다. 

 

남편죽고 혼자사는 노인네 얼마나 적적하겠나 싶어 다른때 일삼아 내려가진 않아도 명절은 꼬박꼬박 챙겨 내려갔어요. 서울-경상도 소도시를. 애 둘 출산때 두번다 명절이 걸려 안내려간 것과 코로나때 두번을 제외하면 매년의 명절, 큰동서에 이어 시숙도 발끊은 뒤에도 5-6년간을 한번도 안빼고 꼬박꼬박. 그냥 첨부터 8 시간은 걸리려니 맘먹고 가면서 국도변 풍경구경하다 시골밥상으로 한끼 때우고 휴게소 들러 간식사먹으며 가끔 남편과 교대로 운전하면서 가면 그 길도 뭐 갈만했어요. 좀 긴 드라이브 한단 생각으로 7시간 걸리면 이번명절 가뿐했네!!! 싶고 10 시간 걸리면 에고 고생좀 했네 싶고. 해마다 두번 반복하는 일이고 이건 뭐 재론의 여지가 없는 일이로다 애초에 생각하니 싸우기는 커녕 스트레스 받을 일도 아니어서 저는 제가 시가 가기 싫어하는 사람이란 생각 한번도 안해봤어요. 가기 싫었던 적 없었고요. 저희 시모 하늘이 내린다는 그 시모 용심 어쩔수 없이 조금은 부리는 사람이어도 ㅎㅎㅎ 제 엄마 아니잖아요. 남편엄마가 본인이 낳으신 아들이 더 좋다는데 그게 뭐 화날일인가요. 저도 절 낳은 우리 엄마가 좋거든요. ^^ 이 또한 인지 상정이로다 이 사람은 내 엄마가 아니라 남편엄마로다 생각하면 화날 일도 별로 없고, 애초에 막 못되게 하지도 못하는 그냥 소소한 용심이라. ㅎㅎ 제게도 울엄마와 시모가 동급이 아닌데 시모에게 아들과 며느리가 동급이길 바라면 그게 도둑심보죠 뭐 별 다를게 있나요. 인생이 원래 한걸음 떨어져서보면 희극이라잖아요. 

 

여튼. 그랬는데. 

 

둘째놈 중간고사대비 학원기타등등으로 이번 명절에 애랑 둘이 서울 남고 남편은 큰애데리고 내려갔어요. 

 

세상에 이렇게 한갓지고 좋을수가!!!!!!!!

 

코로나때도 저랑 애들은 안가고 남편혼자 내려간 명절이 두번이에요. 그땐 남편 혼자 간다고 또 명절음식 바리바리 해서 싸들려 남편 편에 보냈는데(네, 저 10년째 시댁 명절음식 다 해가는 둘째며느리였어요 ㅋㅋㅋㅋㅋ 아 시모도 나름 음식한 거 또 남편 손에 들려 보냈고, 저는 명절음식 하는 걸 늘 즐겁게 했어요. 싫은데 억지로 한 적 한번도 없어요) 이번 명절엔 그것도 다 패스 했어요. 

 

이런저런 사정으로 제가 그로기 상태였거든요. 과일이랑 양념 다 되어 팩에 넣은 LA갈비 만 사서 남편편에 보냈어요. 그 갈비도 남편이 사온 거지 남편이 주문 안했으면 과일만 보냈을 거예요. 

 

음식도 안해, 내려가지도 않아, 대부분의 시간을 학원과 독서실에서 보내는 둘째 끼니나 챙겨주면서 이토록 한갓진 명절은 20년 결혼 처음이네요. 너무 좋아서 인제 저도 남편에 대한 의리니 늙음에 대한 연민이니 뭐니 인류애고 나발이고 손윗동서 가신길을 고이 밟아볼까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명절입니다 하하하. 

 

Ps. 시가 친정 가까워서 시가 안가면 친정도 안갑니다. ㅎㅎㅎ 긍정적 문장으로 고치면 음, 친정가면 시가도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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