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고되지만 불행하지 않은 삶

평범해 보이는 4인가족의 둘째로 태어나서

속을 들여다보면 온갖 지저분한 일을 겪었어요

아빠 폭력, 엄마의 외도, 아빠의 외도, 부모 이혼, 

엄마 가출, 오빠 가출, 새엄마, 아빠의 삼혼...

 

굉장히 외향적이고 adhd에 가까운 성격이라

남들 보기에는 엄청 재미나게 사는 것 처럼 보이지만

안으로는 불안하고 무기력하고 도피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남편 만나서 이제야 나도 건전한 가정에서 사는구나 싶어서

정말 안도했고 감사했고

 

아이들을 낳고,

나처럼 버려진 아이가 불쌍해서 입양 했는데

사랑과 책임감으로 아이는 훌륭하게 자랄거라 믿었는데

그렇지 않더군요.

입양한 아이는 못된 아이가 아니지만

인지발달이 늦은 편이고 충동성이 강해서

절도, 학폭에 자주 연루되고

청소년기에 접어드니 SNS로 크고작은 일..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구나 싶으면서

또 인생이 원래 통제가 안되는 것이지..싶어요. 

 

어릴땐 나만 불행한게 그리 억울하더니

지금 지나고보니 그리 지구 두쪽나는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 안에서도 나는 늘 살아나갈 바늘구멍은 있었고,

지금까지 그래도 건강하게 무탈하게 살고,

사람 귀한줄 알고, 내 양심이란 것이 있어서

반성도 할 줄 알고...

아이들 일 뜻대로 안되니

작아지고 낮아지면서 몸이 오히려 가벼워지는 느낌도 들어요.

비대한 자아와 무거운 열정과 사명감도 이제 벗었고요.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허위의식도 다 벗게되었죠.

작은 일에 분노하고, 후회하고, 남을 미워하고 원망하고

책임도 전가하고 싶고 도망가고 싶고 그렇거든요.

그런 내 모습을 내가 아는데

어떻게 내가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할수가 있겠어요?

 

과거에 겪은, 그리고 현재도 겪고 있는 일들로

희노애락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어쩌면 신의 선물 아닐까 싶어요

많이 괴롭고 많이 울었지만

그로 인해서 나의 감정의 골짜기는 깊어졌고

그럼에도 놓을 수 없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분별하게 되었거든요.

 

저는 그저 내 마음의 평안으로 사람과 세상을 여전히 사랑하고 감사하며

매일 매일 편안하게 잠자리 들수 있으면,

특히 가족을 볼 때 좋은 마음으로 보고

상대가 세상 사는게 고되보여 가여워 한 번 쓰다듬어 주고

안아주고,,

그래도 내가 너를 사랑한다........말해줄 수 있는 하루를 보낸다면

그걸로 성공이구나 싶어요. 

 

아이 일로 어제도 너무 괴롭고 속상했지만

제 머릿속에 또렷해지는 건

괴롭고 힘들다고 불행한 건 아니다.

앞에 있는 문제를 풀 수 있는 데까지 풀면 되니까...

못풀어도 풀이과정은 남으니까...

완주 자체가 성공이다. 절뚝이며 걸어가더라도..

그렇게 내 마음 다독이면서 살아가야겠다..

 

어제 송편 글 하나 썼었는데

인생에 깨송편 콩송편 동부송편 다 고루 맛보는게 

결국 혈당에도 좋고 오감에도 좋고 

너무 호들갑 떨지 말고, 가려내지 말고

입에 들어온거 씹고 삼키고 즐기자...

 

 

해피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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