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친구가 없어서 슬픈 초딩 딸

초3인 딸은 약간 소심한 평범한 여자아이라고 생각합니다. 

 

1학년때부터 친한 동네 친구가 있는데 3학년때 같은 반이 됐다며 좋아했어요. 

집이 가까워서 집에도 수시로 들락날락거리고 

주말에 애들 데리고 카페 갈 때 서로 데려가기도 하고 했어요. 

 

제 아이는 그 친구를 가장 친한 친구로 생각했던 것 같지만 

그 아이는 굉장히 사교적이고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어 우리 딸은 많은 친구 중에 하나인 것 처럼 보였거든요. 

자유롭고 거침없는 성격이라고 할까요? 

놀이터에서 맨발로 뛰어놀다가 저희 집 침대위로 올라가서 말리기도 하고 ㅎㅎ 

집에서 혼나서 쫒겨났다고 저 혼자 있는(아이는 학원가고 없는..) 집에서 한참 놀다 가기도 하고요 

조용한 식구들만 있는 저희 집에서 밥 먹고 간 친구도 이 아이가 첨이었어요. 

 

작년에 저희 딸 생일파티를 집에서 해줬는데 열명 정도 왔어요.

촛불 끄고 사진 찍고 음식 먹으며 딱히 재밌는 일 없이 분위기가 다운되던 찰나에 그 친구가 조금 늦게 도착했어요. 그 친구를 중심으로 분위기가 확 살아나고 아이들이 흥이 돋는게 보이더라고요. 

무슨 놀이를 하고 어디를 가고 하는 것을 그 아이가 정하니 모두 따르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어요. 

 

그러던 중 올해 1학기 때 그 친구가 저희 딸에게 절교를 선언했어요. 

아이들 표현으로는 손절당했다고 하더라고요 

 

니가 누구한테 이 얘기 했냐 안했냐 이런 일로 오해가 있었던 거 같더라고요 

제 아이 입장에서 전해듣기로 그 애는 우리 아이가 말을 전했다고 오해했는데 그게 아니라고 사실대로 얘기했지만 손절당했대요. 

애들 크다보면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벌써 몇 달이 지나도록 저희 아이를 투명인간 취급하고 있더라고요. 

학교에서 같은 반이고 아파트 놀이터며 공원에서도 매일 마주칠 수 밖에 없는데 

누구야 하고 저희 딸이 불러도 대꾸를 안하고 못들은 것처럼 행동한대요. 

아예 대꾸를 안하니 오해를 풀 수도 없고 대화를 할 수도 없대요. 

이런 행동들에 서운하지도 않은지 저희 딸은 여전히 그 아이랑 친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매일 얘기합니다. 

 

다행인지 반에서 왕따는 아니고 다른 아이들하고는 얘기도 하고 놀기도 한다고 해서 

꼭 그 친구 아니어도 다른 친구들이랑 친하게 지내고 놀아라 하고 말았는데 

또 마음아픈 얘기를 들었습니다. 

자기만 절친이 없다고요. 체육시간에 두 줄로 줄을 서니 여자아이들끼리 둘씩 짝지어 줄을 섰는데

딸아이만 같이 설 친구가 없어서 남자아이랑 섰대요. 

제가 이름 알고 있는 친구들 한명씩 거론하며 물어도 누구는 누구랑 단짝이고 하며 모두 짝이 있대요. 쉬는 시간에도 딱히 놀자고 다가오는 친구가 없어서 혼자 책상에 앉아 그림 그린답니다 ㅠㅠ 

 

어린 시절에 친한 친구는 수시로 바뀌고 언젠가는 너와 마음이 잘 맞는 친구를 만나게 될거다

그때가지 엄마가 네 절친이 되어줄게라고 하니 학교에선 어떡하냐고 물어요. 

자기들끼리 놀고 있는 친구한테 말 거는 건 소심해서 못하겠대요. 

씩씩하게 엄마 그림 그리면 되지라고 했더니 속상한지 울다가 잠이 들었어요. 

 

어제 학교다녀와서는 엄마 그림 그렸다고 보여줍니다 ㅜㅜ 예쁘다 고맙다 했지요. 

 

원래도 절친은 없고 두루두루 적당히 친하다가 인기 많은 친구 곁에서 우루루 함께 놀 때는 잘 못느끼던 고립감을 갑자기 상황이 달라지니 외롭고 힘든가봐요. 

 

남자아이 키울 땐 몸이 힘들고 여자아이 키울 땐 정신이 힘들다던데.. 

제 일이면 걱정도 안할 것을 아이 일이나 참 해줄 수 있는 것도 없고 마음만 쓰이네요. 

 

저도 절친이 없는데 저를 닮아서 그런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저도 친한 친구 무리는 있지만 누구 한명이 저를 딱 찝어서 베프라고 할 것 같진 않거든요. 

저는 누군가와 1:1 관계의 베프가 되기를 소망하지 않아서 지금 상태에 불만이 없습니다. 

약간 거리를 두는 관계가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도 있고요. 

이런 저도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친구가 없다는 사실을 들키는 것이 부끄러웠던 것 같아요. 

 

소풍가는 버스를 탈 때 둘씩 짝을 짓게 되는데 친구들은 이미 더 친한 친구가 있었어요. 

혼자만 남겨지면 친구가 없는 것이 공식화되기 때문에 내심 두려웠던 기억이 나요. 

다행히 맨 뒷자리에 여럿이 타게 되면 묻어서 놀수 있어서 안심이 되었어요. 

 

제 아이는 스마트폰이 있지만 전화, 문자, 유튜브 조금만 허용하고 카톡은 안깔아줬어요. 

SNS는 최대한 늦게 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딸 아이가 친구들은 모두 카톡한다고 몇 번 불평도 했어요. 

카톡을 깔아주면 친구를 사귀는 데 더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SNS에 집착하게 될 것 같고 고립된 처지를 확인하고 외로움이 가속화될 것 같은 생각도 들어요. 

 

아이 키울 때 는 정말 생각지도 못한 고민들이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아이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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