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코스트코 추석장보기 풍경

코스트코까지 걸어서 5분 거리 살아요.

평소엔 지옥같은 주차장 피하려고

운동삼아 폴딩카트 짤짤 끌고 다니는데

오늘은 추석장보느라 짐이 많아 차 가져갔어요 

 

지난주부터 나는 꽃게찜이 먹고 싶다

노래노래 부르며 은근 푸쉬하는 남편 꼴보기 싫어서

내가 사다가 눈앞에 던져주고 만다 싶어

집에서 9시 20분에 나오며 너무 일찍 가는거 아닌가

은근 걱정하고 자빠졌었는데...

 

차로 가도 5분 거리인데 사방 도로가 이미 차들로

꽉꽉 막혀서 15분 걸림.

겨우 주차하고 끝도 없이 늘어선 입장줄 보니

내가 못 올 곳을 왔구나 후회하는데 3초도 안 걸림 ㅜㅜ

그누무 꽃게만 아니면 오픈런 안 해도 되는데

아놔 남편ㄴ므ㅜㅜ퍼어더더ㅜ라다주 ㅡㄴ!!!!!!!!!!!

 

정각 10시에 입장 시작해서 매장 들어가는데 

28분 걸렸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매장 들어서기도 전에 주차장 열기에 줄 서느라 파김치 됨.

여기는 에버랜드인가 

 

매장 들어서자마자 카트도 안 집어들고 일단 생선코너로

달려갔지만 꽃게는 이미 다녀가신 뒤 ㅠㅠ

카트에 꽃게 상자 서너개씩 싣고 다니는 사람들

왤케 당당하고 있어보이는건데 ㅠㅠ

 

힘이 쭉 빠져 나머지 추석장 보는데

고기코너는 서로 고기 먹겠다고 아귀다툼 벌이는

지옥도를 보는것 같았고

냉동모듬전과 요즘 신흥강자로 급부상 중인 냉동육전은

직원들이 커다란 끌차로 쉴 새 없이 채워넣어도

넣자마자 바로 달려드는 사람들 ㄷㄷㄷ

 

한국이 제사를 지내는 한 코스트코는 망할 걱정 없겠다

싶더라구요.

 

제가 요즘 3주째 하혈이 너무 심한 터라

꼴랑 30분 전투적으로 장 보는것도 너무 힘들어

리스트에 적은거 다 못 사고 대충 사서 왔어요.

심한 골반통과 허리통증 동반한 부정출혈이라

추석장보다 쓰러지면 안동 김씨 집안에서 

나한테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다고

두 손 잡고 눈물 흘려줄 것도 아니고

생전 얼굴 한번 못 본 시댁 조상들 제삿밥 차려주다가

죽을 일 있나요.

 

오늘 장보며 내 몸상태의 심각성을 뼈저리게 깨닫고

전은 나 힘들까봐 대기업이 정성껏 부쳐준 냉동전으로!!!

손질 오래 걸리고 야채 돌려깎기 해야하는 갈비찜도

과감히 등갈비찜으로 대체!!!!

가을폭염에 잘 쉬는 잡채도 빼!!!

산적고기 대체하려고 양념LA도 샀어요.

오픈런을 해도 구경조차 못한 양념꽃게 대신

동네 반찬가게에서 가오리 회무침으로 대체할거예요.

 

시부모님이 제가 차린 차례상이 맘에 안 드신다면

안타깝지만 뭐 어쩌겠어요.

갱년기 며느리가 하혈과 빈혈에 시달리면서 차린건데

싫어도 할 수 없어요.

 

지금도 거실창으로 내려다보니 코스트코 가는 도로는

그냥 주차장이네요.

저 많은 차들이 장 봐서 가득가득 싣고가

이 유례없는 가을 폭염에 지지고 볶을거 생각하면

과연 명절이 온 집안이 즐기는 행복한 시간인가

마음이 무겁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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