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서울시오페라단 '토스카' 게오르규 무대 난입 사건에 대해

피해자와 가해자가 명확하고 

잘못한 사람이 누구인지 명확한 사건에 

중요하지도 않은 온갖 구실 갖다 붙이며 

양비론을 펴는 언론, 댓글들이 많아서 

귀찮지만 굳이 굳이 제 생각을 써봅니다. 

공연 리뷰를 쓰고 싶었지만 이 글을 먼저 쓰게 될 줄이야요. 

살다 살다 오페라 덕후 평생에 듣도 보도 못했던 진기한 걸 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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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오페라단의 '토스카'가 막을 내렸다.

게오르규를 제외한 모든 주역들의 노래가 훌륭해서 좋았다.

게오르규가 다소의 소란을 만들었으나 그게 나한테 별로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그 날의 지휘자와 함께 연주한 연주자들이 불쾌감을 느꼈을 것 같아 다소 마음이 아프지만 그 분들에게도 별로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그보다는 이건 게오르규 본인에게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게오르규가 분노를 참지 못해 폭발한 걸로 보이지는 않았다.

동양의 조그만 나라. 내가 여기 다시 와서 노래할 일 없으니 내 맘대로 할 말 한다. 니들이 어쩔건데? 라고 생각했는지 무슨 생각이었는지 내가 알 길은 없다.

소란은 며칠 지나면 사그라 들것이다.

 

게오르규는 룰을 깼고 선을 넘었다.

 

테너가 앙코르 요청에 아리아를 다시 노래 하는데 무대에 난입해 버티고 서서 모션으로 방해 하고

익스큐즈미~ 익스큐즈미~ 하며 연주를 중단시키더니 지휘자와 관중에게 리사이틀이 아니다 나를 존중해라 일장 훈시를 하기 시작한다. 

 

오페라에서 앙코르는 더러 있는 일이다.

다른 가수가 앙코르 했다고 불쾌감을 표출하는 가수는 게오르규 말고는 내가 들어본 적이 없다.

그게 왜 상대방에 대한 모독인가?

손흥민이 최전방 공격수 인데 한 골 넣고, 뒤에 있는 선수가 두 골 넣으면 그게 손흥민에 대한 모독이냐?

축구가 팀플레이 이듯이 오페라도 팀플이다.

자신을 감추면서라도 상대방을 돋보이게 해주고 작품 전체의 완성도와 관객의 만족을 추구하는게 성숙한 연주자이다. 

전혀 불쾌할 일이 아닌데 불쾌감을 느낀 게오르규.

그렇다면 게오르규는 과거에도 전적이 있으니 그 불쾌감을 미리 예상하고 배려하지 못한 것은 잘못인가? 절대 아니다. 

어마무시하게 돈을 받고 왔으면 돈값을 하시라.

프로의 세계는 냉혹한 것이며 프로는 오직 실력으로 승부하고 실력으로 존중받는 것이다.

나이들었다고 디바라고 배려? 장난하냐? (동네 학예회 인줄 아냐?)

게오르규가 해야 할 돈값은 이미지였다.

서울시오페라단도 게오르규가 나이들어 기량이 떨어진 줄 알면서도 캐스팅한 것은 그녀의 이미지를 돈 주고 산것이다. 그 날의 역할 분담은 게오르규는 이미지 담당, 테너는 노래를 담당한 캐스팅이다. 세기의 디바라는 그 이미지. 근데 이미지 망치고 갔으면 양심 있으면 게런티는 반납해야지. 

서울시오페라단은 게오르규에게 공연을 망친 손해배상 소송을 걸어라. 

오페라 공연에서 그 날의 공연은 지휘자에게 모든 권한이 위임된 것이고 모든 연주자는 지휘자를 존중해야 한다.

오페라 앙코르는 흔하진 않지만 더러 있는 일이다. 유튜브에 찾아봐도 과거부터 최근까지 많은 앙코르 영상들을 볼 수 있다.

앙코르를 허용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지휘자의 권한이다.

이건 일개 관객도 알고 있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지휘자는 그 날 공연의 왕이다. 왕에게 대들었으니 결말은 뭐다? 

 

한국의 착한 관객들은 그 날의 게오르규에게 호의적이었다. 

게오르규가 처음 등장하는 순간에도 오케가 연주하고 있었음에도 박수를 쳤다. 

근데 2막의 중요한 소프라노 아리아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를 불렀는데 

박수가 많이 안나왔다. ㅠㅠ.

여기가 동양의 작은 동네라고 관객들 수준이 낮은 동네가 아니거든요. 

한국 성악가들이 워낙 노래를 잘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귀가 고급이에요. 

도저히 환호하고 BIS (앙코르)를 외쳐줄 노래가 아니었다. 

 

반면 3막의 테너 아리아는 훌륭했고 길고 긴 환호와 박수가 나왔다. 

 

게오르규가 공연 중간에 난입해 그 난리를 쳤는데도 

관객들은 조용했고

공연이 종료되고

커튼콜에서 나와야 할 타이밍에 나오지도 않고 버티는데도 

이 착한 관객들이 엄청나게 박수치고 나오라고 해줬는데 

몇 발작 나오더니 다시 휙 들어가 버리니까 일부 관객이 야유를 했다. 

그러나 박수와 환호가 더 많았다. 

이태리 라스칼라 극장이었으면 물병과 아채가 날아올 상황에서 박수라니. 

착한거니? 바보인거니?

(참고로 오페라의 종주국 라스칼라는 파파로티라도 빅스타 라도 노래가 마음에 안들면 가차 없이 야유를 퍼붓는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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