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분노가 나를 잡아먹을 것 같아요

결혼하자마자 시부모 온갖 수발 다 들고 중간에 합가도 3년 했어요. 연로하고 지병 있어 남편이 불안하다고요. 남편 외아들 아니고 6남매나 있어요. 그런데 저는 외며느리처럼 살았어요. 시부모님 사시는 집 외에 재산 없었고 자기 원가족에 대한 건 아예 말이 안통하는 남편과 오로지 싸우기 싫어 말도 안되는 상황 참고 살았어요. 넷이나 되는 시누이, 동서는 저를 동정했지만 실제로 뭘 나눠할 생각조차 안하더라고요. 남편 본인도 리모컨 효자라 실제 일은 제가 다 했어요. 그러다 두 분 다 돌아가시고 유산으로 남은 집 한 채는 제게 사전에 한 마디 통보도 없이 시동생이 가졌어요. 시동생 전문직인데 몇 년 전 주식 투자 실패해서 집이 없으니 주자고 했다더군요. 심지어 마지막 2년 병원비도 우리가 다 냈는데 그것조차 배려가 없었어요. 남편은 우리는 집이 있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냐고 저더러 돈독 오른 천박한 여자라고 욕을 하더군요. 시동생네가 시부모 수발을 다 했어도 유산은 나눠갖는게 법인데 심지어 차남이라고 장남인 형에게 다 미루고 살았어요. 돈 없는 남자와 결혼해서 맨땅에서 시작해 제 청약통장으로 분양받아 아끼고 아껴 대출금 갚으며 살았는데 동서는 남편 벌어주는 돈 편히 쓰다 집 없다고 징징대고 다니니 집도 생기더라고요. 제 남편이라는 인간이 무슨 말까지 했냐면 제수씨가 오래 살던 곳 떠나 애들 학교도 전학해야 하는데 상속세도 내면서 큰 결단을 내렸으니 저더러 감사하래요. 미친 건가 싶어 대꾸도 안나오던데 진심 그렇게 생각하더라고요. 10억 가까운 집이 생기는데 상속세 몇 천만원 내는게 큰 일인가요? 

몇 년 전 집 이사 시기가 꼬여 1년 정도 남편 직장(자영업) 직원들 몇 명에게 숙소처럼 새 아파트 쓰게 한 적이 있어요. 살던 집 팔고 이사가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집이 안팔려 새 아파트에 살던 직원 중 하나가 그 집을 신혼집으로 쓰게 하더라고요. 처음에야 관사처럼 썼지만 다른 직원들은 1년 후 다 나가고 신혼집으로 6년을 썼는데 알고보니 시세의 20프로도 안되는 돈으로 살았더라고요. 작년에 입주하고보니 너무 험하게 써서 제가 뭐라 하니 남편이 광분하며 네가 무슨 자격으로 불만을 얘기하냐고 해요. 집 자체가 제 이름으로 당첨된 거고 잔금도 제가 번 돈으로 낸 건데 계약금을 본인이 냈고 중도금 대출 본인 이름으로 냈다는 게 이유에요. 그 중도금 대출 정상적으로 전세 세입자 들였으면 낼 이유가 없었다고 하니 소리만 지르면서 화를 내요.

이런 일들 얘기해봐야 대화의 진전이 없고 이혼밖에 답이 없어요. 이런 일 아니라도 이혼 사유는 넘쳐요. 근데 현실적으로 저나 남편이나 10년 이내 은퇴할 나이이고 자영업이라 연금도 없어 앞으로 집 줄여 먹고 살아야하는 판에 집 나눠 이혼하면 지금 수준으로도 살기 어려우니 꾹 참고 누르고 사는데 가끔 이러다 내가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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