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정이 무섭지...(길고양이 이야기)

주말이라 늦잠을 실컷 자려고 맘먹었는데

일곱시부터 핸드폰이 울렸다.

번호를보니

오늘 시골집에 길고양이 중성화를  위해

방문  하시기로 한  분의 전화였다

8시쯤 도착한다는  얘기에

(원래 약속은 9~10시였다)

엄마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질 않으셨다.

 

미리 얘기를 해놓았지만 9~10시로 알고

계시니 잠깐 밭에라도 가신건지

여러번 전화를 해도 받지않아

안절부절  하고 있는데

정말 기가막힌 타이밍에 전화를 받으셨다

 

8시 되기 1분전.

그리고 통화하면서 상황 알리니

중성화 담당자님이 도착.

 

급하게 전화끊고 

엄마에게 전화오길 기다리니

십분도 안돼어서 전화가 왔다

데리고 갔다고.

그리 빨리 잡혔냐 물으니

그사이 집냥이처럼 되어서 엄마를 따르니

엄마가 밥주고 먹는거 보고나서 잡아

넣으니  그냥 고대로 들어  갔다는...

 

지난달 시골집에 갔다가 

그 길고양이를 보고 먹을걸 챙겨줬더니

금새 나에게 애교 부리던 녀석이었다.

떠날 사람이 괜히 정을 줘서 

의지하게  만든건가 싶어 마음이 불편했었다.

 

길고양이인데 뭐하러 챙기냐는 엄마는

내옆에 와서 애교 부리고 도망가지 않는

녀석이 신기한  눈으로 보시긴 했어도

탐탁치않게 여기시긴 했었다.

 

이틀정도 먹이를 챙겼더니

녀석은 시골집 마당에서 아예 자리를 잡았다

더운 햇살을 피해 

상추밭 사이 그늘에서 숨어 있다가도

내가 나오면 쪼르륵 나오고

엄마가 불러도 쪼르륵 나왔다.

 

시골집을 떠나오면서 이제는 지 갈길 가겠거니

했는데  엄마 얘길 들으니 그냥 시골집

마당에서 지내고 한번씩 나갔다가도

들어 오더란다.

 

동물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시고

고양이도 좋아하진 않으셔서 

내가 그녀석 밥을 챙길때도 뭐라 하셨던

엄마인데 녀석이 다른데로 가지 않고

자꾸 주변을 맴돌며 밥달라 우니

외면하기도 신경쓰여

그냥 강아지 사료를 조금 주신다기에

고양이 사료를 배달 시켰더니만

쓸데없는짓 한다고 한소리 하셨었다

 

나는 시골집 마당에 자리잡은

길고양이 녀석이 신경 쓰이고

엄마는  좋아하지도 않는 고양이를

챙겨야  하는게 신경쓰이는 상황이 되었다

 

게다가 녀석은 암컷이었다

한살도 안돼보이는 암컷인데

주변에 길고양이도 제법 있는데다

이녀석 주변으로 왔다갔다 하는

고등어 숫컷이 있었다

생김새를  보아하니 둘은 남매 같았으나

어쨌든 암컷과 숫컷인지라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었다.

 

아차.  하는순간 새끼를 배고 낳기까지 하면

답이 없다.  

깡시골이라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을

할것이라고 기대조차  안했지만 혹시나싶어

군청에 전화하고 담당 부서를 몇번

거쳐서야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와

전화번호를 받아들고  처음 신청한게

3주 전이었다

그사이 신청하고 소식없고

다시 연락하고 상황듣고 하기를 여러번끝에

오늘이 된거였다.

 

마당을 자기 거주지로 삼고

밥주는 엄마늘 자기의 주인으로 생각해서인지

엄마가 집에 오면 어디선가 쪼르르 나와

밥 달라고 울고

엄마의 손길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던

녀석.

마을 사람이 부르면 도망가지는 않아도

절대  다가가지 않지만

엄마가 부르면 쪼르르 온다는 녀석은

그때문에  너무 허무하게 잡혀  포획틀

속으로 들어갔다.

 

처음 먹이를 줄때도  탐탁치않게 생각하고

사료를 사서 보냈을때도 뭐라했던 엄마가

보내놓고서 한마디 하신다

괜히 보낸거 아니냐. 수술하고서 여기오면

다른데로 가버리는거 아니냐. 낯선데

갔다가 여기 냄새랑 다 잊어버려서

오자마자 다른데로  가버리는거 아니냐고...

 

그새 엄마는 녀석과 정이 많이  드신것 같다

녀석이 수술 잘받고 건강하게 돌아와서

엄마랑 잘 지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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