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저 오늘 최악의 생일

20대는 친구들이랑 서로 챙겨주고 어울리며 즐거웠고

점점 나이먹어가며 별 느낌 없어지는 생일.

 

73년생입니다.

생일전부터 생일임을 주변에 일부러라도 알리며 챙김을 받는 성격도 있던데

저는 입닫고 있는 성격.

그 성격탓에 남편은 제 생일 인것도 기억못하지요.

기억못해서 생일축하 한다는 입에 발린 빈말도 못듣고 미역국은 몇년전에 얻어먹은후로 끝.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는거 알지요.

 

남편과는 가능하면 말을 섞지 않아야 하고 

특히나 남편 본인이 찔리는 상황에서 그걸 지적하면 적반하장에 지랄발광으로 상황을 물타기 하는 인간이라는 걸, 오늘 잠시 깜빡한 제 주둥이를 탓해야죠.

 

저 퇴근 픽업와서 집 가는 차안에서

미역국은 끓여놨어?

미역국 없는건 당연히 알지만, 아 깜빡했다 미안. 이 한마디라도 들어보겠다는 멍청한 계산과 기대.

암튼 몇마디 말이 오고갔고

제가 뱉은 말이 도화선이 되어

상황은 제가 죄인으로 몰려 화받이.

 

돈을 못벌어다 줘서 그런가 사람을 좃으로 본다며 집오는 길목에 있는 마트에 차세우고

소주 PET 2개랑 맥주 큰거 하나 사대요.

제가 한 말실수에 대한 사과를 부드럽게 계속 했는데도 술마실 건수+ 생일 말로도 안챙겨서 거시기한 상황까지 몰아서 ㅎ

 

몆달째 일 안하고(못) 집에서 혼술하는 인간.

 

자존심 다벌고 집에 있던 불고기볶고 상추씻어서 갖다 줬는데 손도 안대더니 어느틈에 짜장면 한그릇 시킨게 오네요.ㅋ

상추랑 불고기 치우고 제방 들어와서 82에 이러고 있네요.

다시 옷갈아입고 어디라도 나가서 저 꼴 안보고 안듣고 싶지만

속에서 술도 안받을 것 같고

어디 가서 누구랑 얘기하다보면

이런 제 상황, 제입에서 나가고 말하다보면 감정 격해져서 울고불고 하게 될것 같아

아직은 방에서 숨죽이고 이러고 있네요.

 

아이는 고1 한명있고

대학을 가든 군대를 가든 하게 되면

저 인간이랑 따로 살고 싶은 마음은 있지요.

 

친정도 없고 자매도 없고

그냥 서글프네요.

 

나보다 게으르고 팔자 늘어지게 살면서도 남편 꽉잡고 사는 여자들 있던데

난 왜 이러고 자빠진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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