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갈아타고 아침 8시에도착해서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을 다녀와서 아버지집 밑반찬을 하고 간식 챙겨서 통에 담아 놓고 청소하고 분리수거하고 이불돌리고 화장실 청소까지 하고 다시 지하철타고 버스 타고 집에 와서 내 살림하고 일주일에 3번씩 가면서 이런 생활을 4년째하고 있어요.
요즘 날씨가 덥고 갱년기가 와서 기분이 널뛰다 보니 간간히 전화만하고 와보지도 않는 형제자매들에 대한 서운함으로 힘들어서 지쳐 있었어요.
이따금 생각하곤 했어요.
내가 움직여서 돌볼수 있는게 감사하지. 내 몸 아프면 돌보고 싶어도 못할텐데...
이런 더위에 불끄는 소방관도 있는데 불앞에서 요리는 어려움도 아니다고...
제 자신을 괜찮다. 괜찮다.
뭐 얼마나 대단하게 아버지를 돌봤다고 생색이냐...집에서 모시고 사는 사람들도 있는데 내 감정에 속지말자.
그런데 딸아이가 카톡을 보냈더라구요.
저 카톡이 저를 한참동안 울게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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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나조반에 흰밥도 가재미도 나도 나와 앉어서
쓸쓸한 저녁을 맞는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은 그 무슨 이야기라도 다 할 것 같다
우리들은 서로 미덥고 정답고 그리고 서로 좋구나
우리들은 맑은 물밑 해정한 모래톱에서 하구 긴 날을 모래알만 혜이며 잔뼈가 굵은 탓이다
바람 좋은 한벌판에서 물닭이 소리를 들으며 단이슬 먹고 나이 들은 탓이다
외따른 산골에서 소리개 소리 배우며 다람쥐 동무하고 자라난 탓이다
우리들은 모두 욕심이 없어 희여졌다
착하디착해서 세괃은 가시 하나 손아귀 하나 없다
너무나 정갈해서 이렇게 파리했다
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 않다
우리들은 외로워할 까닭도 없다
그리고 누구 하나 부럽지도 않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이 같이 있으면
세상 같은 건 밖에 나도 좋을 것 같다
-백석, 「선우사(膳友辭)」
문학 공부 하다가 너무 좋아서 엄마 보여 줄려고 썼어 .
피할 수 없는 순간에서 우울함을 느낄 때 이 시는 사색과 관조를 통해 주변 세계로부터 자신과 공통점을 지닌 대상을 발견하고 거기서 따스한 연대감을 표현한거래.
나에게 '흰 밥'과 '가재미'는 엄마야.
엄마랑 같이 있으면 세상 같은 건 밖에 나도 좋을것 같아.
엄마가 생활 속에서 외로운 순간이 온다면 외로움에 우울해 하기 보다 정다운 대상을 찾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예컨대 늘 내곁에서 함께 공부하고 곧은 심을 갈아가는 내가 항상 쓰는 분홍색 샤프는 공부를 하다가 '아니 왜 여기서 더 안풀리지'.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 싶을때
내 손에서 뭔가 함께 해준다는 존재가 있다는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곤해.
엄마에게도 그런 대상이 있었으면 좋을것 같아.
사랑해 엄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