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후의 보루, 수술실 절반 문 닫아"…살릴 환자도 못살린다 [의료공백 반년] -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382526?sid=102
응급실은 의료진의 비명 속에서도 중증환자의 대부분은 진료하고 있다. 수술실은 다르다. 전공의 이탈 후 40~50 %의 수술방을 닫았다. 가장 큰 이유는 마취과 전공의 이탈이다. 마취과 의사는 수술실의 지휘자이다. 수도권의 한 권역응급센터의 교수는 "전공의 4명이 수술방 하나씩 들어가고 교수 1명이 책임자로 마취를 담당했는데 지금은 전공의가 없으니 교수가 1개 수술방밖에 못 들어간다"고 말한다. 수 술실이 줄어든 1차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간이식의
35~40
%를 담당하는 서울아산병원은 의대증원 파동 여파로 마취과 전임의(펠로)·전공의가 모두 빠져나갔다
. 수술 보조 같은 건 진료지원 간호사(
PA
)가 맡지만 마취 분야는 불가능하다. 간 이식 건수가 지난해
2~8
월
276
건에서 올해 2월~이달
27
일
168
건으로 줄었다. 무려
39
% 줄었다. 주당
9~10
건에서
5~6
건꼴로 줄었다. 내년 2월까지 이식 대기자가 줄을 섰다. 대기가 의료 파동 전 석달에서 6개월로 두 배가 됐다.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는 "간 이식은 적절한 시점에 수술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인공 간이나 에크모(인공 심폐기기) 같은 첨단기기도 없다. 유일한 살길이 이식인데, 수술 대기가 길어지면서 이식 기회를 놓치고 숨지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병원 측은
2~8
월 최소한
10
명 이상이 대기 중 사망한 것으로 추정
한다.
이 병원만 그런 게 아니다. 전남대병원 관계자는 "이식수술은 여러 진료과의 의료진
10
명 이상 투입되는 큰 수술이다. 게다가 마취과 인력 부족 등이 겹쳐 현재 비상진료 체계에서는 수술이 더 힘들어졌다"고 말한다.
27
일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전국 이식의료기관의 간·신장·심장·폐·췌장 등 5개 장기의 이식 건수(뇌사·생체 기준)가 지난해
2~6
월
1796
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
1270
건으로 줄었다. 이들 장기는 생명에 직결된다. 행정안전부·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이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식 수술이 줄면서
2~5
월 이식 대기 중 사망한 사람이
1013
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942
명)보다
71
명(
7.5
%) 늘었다. 이 교수는 "살릴 수 있는 사람인데…"라고 말한다.
장기 이식은 주로 뇌사(腦死)자가 기증한 숭고한 장기가 쓰인다. 올
2~5
월 뇌사추정자는
959
명으로 지난해 동기(
946
명)보다 오히려 늘었다. 그런데도 의료 파동 탓에 수술이 줄면서 이식 수술이 거꾸로 간 것이다.
심장·뇌질환 수술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은 최근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의 대동맥 박리를 찾아냈다. 당연히 응급수술을 해야 하는데, 마취과 의사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여기저기 수고문 끝에 다른 병원으로 보냈다. 대동맥 박리는 분초를 다투는 초급성 질환인데, 병원을 알아보고 이송하느라
1~2
시간 지체됐다.
이 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심장마취 의사는 일반 마취과와 달리 전문성이 요구된다. 최근 심장 마취전문 의사 4명 중 3명이 사직하면서 응급 수술이 불가능해졌다"며 "관상동맥우회로 수술, 심장판막수술 같은 심장병 수술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이 병원에는 충남 당진, 경기 평택 등지에서 심장질환자가 실려온다. 월
1~2
회 응급 수술을 했으나 마취과 의사난으로 지금은 0으로
줄었다.
부산대병원도 초긴급 수술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배용찬 부산대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마취과 의사를 분야나 교수별로 분산 배치하면서 내가 하는 수술이 종전의 20~30 % 수준으로 줄었다. 전신 마취가 필요한 수술은 어렵다. 선천성 얼굴 기형 환자는 수술할 수 있는 시기가 정해져 있는데, 적기 대처가 어렵다. 이런 것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