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여름이었어요.
완도에 사는 엄마 친구가 놀러 오라고 해서
엄마랑 저 여동생까지 여자 셋이 광주까지 가서
광주에서 다시 시외버스를 타고 완도까지 가는 여정이었어요.
광주 고속 버스에서 내려 시외 버스 정류장까지 가야하는데
도저히 알 수가 없어서 길 가는 아저씨에게
"아저씨 시외뻐스 정류장 갈라믄 우째 가야 됩니까?"
하고 물었더니 그 아저씨가 쉿 하면서 경상도에서 왔냐고 물었어요?
서울 살았지만 고향이 경상도라고 하니까 아무 말 말고 자기 따라오라고 하면서 시외 정류장까지
데려다 주면서 뻐스 안에서도 사투리로 크게 말하지 말고 조용히 목적지까지 가시라고
우리에게 말 하더라구요.
절대 경상도 사투리 쓰지 말라고...위험할 수 있다면서 자세한 얘기는 안 해줬어요.
그때 광주 금남로 건물이 불탄 흔적이 있고 엉망이어서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거 였어요.
경상도 출신이지만 서울에 살고 있었는데도 까맣게 몰랐던거죠.
전두환이 경상도 출신 공수부대 며칠 굶겨서 광주에 투입해서 시민들 죽였다는
소식 나중에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명동 성당에서 광주 사진전 보고 전대갈은 악마라고 생각했어요
그 때 저희 안내해준 광주 아저씨, 너무 고마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