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27년 전 2천만원

6천만원 빌리고 안 갚는다는 여동생 

글을 읽고 나니 문득

제가 27년 전에

대학 다니면서, 또 학교 졸업하고 모은 돈

2천만원을 부모님께 빌려드렸던 일이 떠올랐어요

그 당시 부모님께서 가게를 여는데

돈이 부족하다며 제 적금이 그 때 딱

만기라 그 돈을 좀 빌려달라고 하셨죠

 

참고로 저는 대학 내내

장학금 받았고 과외로 돈도 벌어서

오빠의 대학 등록금도 제가 두번 정도

내줬답니다

 

그 당시 제가 26살 이었고 

96년도 였어요

빌려드린 돈을 언제 갚아주시느냐고 여쭈었더니

답이 없었습니다

97년은 아시다시피 IMF로 나라가 쫄딱 망했으니

저희 집인들 무사했을리가요

그 뒤로 8년 동안 저와 아버지는 

그 가게 하느라 생긴 억대의 빚을 갚느라

일에 치여 지냈어요

제 결혼은 그 당시 기준으로는 말도 안되게

늦어져서 35살에 겨우 

부모님께 글자그대로 숟가락도 하나 못받고

오히려 제가 엄마에게 잔치하시라고

5백만원 주고 왔습니다

 

그 뒤로도 지금 54살인 현재까지

저는 친정 엄마에게 다달이 돈을 드리고 있어요

삼십년 세월 동안 거의 2억 정도는 드렸지 싶어요

남동생에게 빌려준 돈 1억

오빠가 죽고 그 조카가 고3이 되도록

3년째 학원비를 내주고 있고요

 

제가요

마흔 초, 중반때 까지는 

정말 울화가 많았어요

형제들 중에서 가장 부모의 덕을 보지 못한

내가 왜 이렇게 친정을 도와야 하는지

억울한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사십대 후반을 넘긴 시점부터는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내 성격이 이렇게 생겨먹었구나 하고요

부모님이 어렵거나 형제들이 어려우면

그걸 못본 척을 못하겠는 거예요

나만 잘 사는 세상은 행복하지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아버지가 행복해 하시는 걸 보는 게

제 행복이 되어버렸어요

여기서 나름 반전은

작년에

그 옛날에 2천만원을 아버지께서 갚아주셨답니다

부모님은 완전히 잊고 계셨다네요

돈을 빌린 사실도요

그런데 제가 없는 사실을 지어내는 성격이 아니니까

그 오랜 세월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하시더군요

 

그 2천만원이 없어도 저는 잘 살겠지만

그 돈을 받고 나니  

제 마음 속의 응어리졌던 게 녹는 기분이었어요

 

남동생도 지금은 어려워서 한번에 다 갚지는

못해도 작은 금액이나마 매달 갚아주고 있구요

이자는 제가 안받는다고 했어요

원금 다 받는데 거의 15년은 넘게 걸리지 싶어요

 

내 핏줄들이라서 빌려준 돈이지만

얼마가 되었든 갚아주는 게

중요합니다

원글님 친구분이나 그 자녀들 같은

마인드는 빌려준 사람에게 경제적인 손해뿐 아니라마음에 큰 상처를 주게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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