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에 볼일이 있어 도서관으로 가고 있었어요.
도서관 옆에는 주민센터가 있고
두 건물의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입구가 나란히 있습니다.
주민센터 주차장 입구를 지나야 도서관 건물이 나오는 거죠.
부지런히 걸어가는데 주민센터 주차장에서 차 한 대가 나오려 하더군요. 차단 바 저 뒤쪽에서 천천히 나오고 있는 중.
저는 아직 주차장 입구 가까이 가기 전이라
차 보내고 가려고 걸음을 늦추는데...
맞은편에서 인도 위를 자전거 타고 오던 영감님 한 분,
저처럼 차를 보고 멈추고 싶었나 봐요.
서서히 멈췄는데
문제는 그 자전거가 이미 주차장 입구 쪽으로 들어서 있어서,
그 영감님이
주차장 입구와 차도가 부드럽게 이어지도록 만들어 둔 경사면에 멈췄다는 거예요.
자전거가 고대로 서 있을 재주가 있나요. 넘어졌죠...
저는 헉, 하고 보고 있고
차단 바 뒤에서 차도 멈췄고
그런데 그 영감님이 못 일어나고 있더군요.
(나이는 한 60대 후반에서 70대 초중반으로 보였어요)
차에서 운전자가 얼른 내렸어요. 안 내리면 뭐라고 하려고 했는데 ㅎㅎ
체격 좀 있는 중년 남자 운전자이기에
저 운전자가 일으켜 드리고 어떻게 하겠지 싶었는데 이게 또,
사람이 넘어져 있는데 홀랑 지나가는
걸 못 하겠더군요.
가까이 가서 운전자 눈치를 보니 이 사람이
허둥지둥 하다가 자전거를 먼저 치우려고 하기에,
저는 영감님에게 손을 내밀었어요.
누워 있다시피 하던 영감님이 제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켜 앉았죠.
자전거는 치웠고,
이제 됐나? 하고 가려는데
이 영감님이 앉은 그대로 가만...히 있어요...
더 일으켜 드려야 되나, 하는데 운전자가 영감님 뒤로 가서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일으켜 세우려고 해요.
안... 못 일어나세요.
그러더니 이 영감님이 제 얼굴을 쓱 봐요.
(저는 여잡니다)
그리고 제가 잡았던 오른손의 장갑을 쓱 벗더니 그 손을 저에게 내밀어요 ㅋㅋㅋㅋ
이 영감님이 양손에 장갑을 끼고 있었거든요. 자전거용 장갑인가? 뭐 그런 거.
그래서 저는
장갑을 안 벗은 다른 쪽 손을 딱, 잡고
뒤에서 일으키는 운전자와 협동해서 그 영감님을 일으켜 드리고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이 얘기를 왜 쓰느냐.
으음... ㅋㅋㅋㅋ 찜찜해서...?
도와는 드렸으나
그 영감님은 왜 굳이 장갑을 벗고 손을 내밀었을까, 그냥 잡아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었을 텐데.
하하하하
그냥 갑자기 더워서 장갑 벗은 거겠죠,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