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공자가 맞았나봐요 50이면 지천명

저는 언니 하나인데요, 클때 지긋지긋 했어요. 너무 엄마말 안 듣고 공부 안 하고 별의별 사고를 다 치고 다니고 엄마랑 매일 싸우고. 자랄땐 엄마랑 언니 갈등땜에 집이 조용할 날이 하루도 없어서 빨리 이 집을 떠나야지 그 생각만 했어요. 그래서 저는 혼자 알아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돈도 용돈 세뱃돈 알바비 악착같이 모아서 대학 졸업과 동시에 아예 나라를 떴어요. 유학이라는 핑계로. 물론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었지만 언니의 부정적인 존재로부터 멀리 떨어지고 싶었어요. 제가 떠난 후에도 언니는 연애 문제로 부모님 속썩이다 결혼하고도 계속 부모님께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하여튼 바람잘날이 없더라고요.

 

그러다 아버지 건강이 안 좋아지셔서 제가 귀국해보니 언니가 엄마랑도 덜 싸우고 아버지한테 상당히 애틋하더라고요. 주위에선 갑자기 돌변한 언니가 유산 받을 생각에 쇼하는 거같다고들 했어요. 부모님에 대한 태도가 너무 다르니까요. 저도 언니의 의중을 모르겠어서 간병은 제가 하겠다고 했고 엄마는 저보고 성년후견인 해달라고, 언니가 아버지 돌아가시면 재산 다 가로채고 엄마는 어디 시설로 보낼까봐 겁난다고 할 정도였어요. 아버지 돌아가시고 언니는 역시 미리 준비를 많이 해 놓았는지 유산을 제일 많이 톡톡히 챙긴 건 사실인데요. 그 후로 사람이 달라졌어요. 엄마를 시설로 보내기는 커녕 곁에서 모시면서 얼마나 살가운지 의심하던 다른 가족들도 감동하고 방문 보호사님들이 효녀라고 칭송이 자자해요. 제가 봐도 진심이지 돈 때문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엄마도 이젠 목욕도 언니가 시켜줘야 하시고 손발톱도 언니한테만 깎아달라고 하세요. 심지어 엄마가 변비로 고생하시는 것도 언니만 해결해줄 수 있대요. 언제부터 이렇게 효녀가 되었냐고 물었더니 피식 웃는데요, 제가 볼 때 딱 50정도 되면서이더라고요. 

 

공자왈, 50이면 지천명이라, 하늘의 뜻을 안다고 했는데. 세상에 그 말이 맞는 걸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네요, 평생 문제아 언니가 하루아침에 효녀가 된 이유요. 저한테도 다정하고. 저야 기쁘고 고맙지만 사람이 너무 갑자기 변해도 안 된다고 들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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