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미국에 사는 이모인데요. 올여름 길게 가족방문을 했어요.
저는 친정 집에서 지냈는데 저희 친정은 언니네, 이모네, 또 다른 이모네 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아서 매일같이 북적북적 모여서 음식 같이 해 나눠 먹고 드라마도 같이 보고 재밌어요. 아이도 저희 언니의 딸, 저의 유일한 조카를 다같이 키우다시피 했거던요. 그렇게 온 동네가 모여 금지옥엽 키운 아이인데, 이번에 가보니 지방 전문대 졸업하고 집에서 노네요.
제 생각에 20대 초반이면 뭔가 계획도 많고 해보려는 것도 많은 시기가 아닌가 싶은데, 조카를 보니까 저는 답답하더라고요. 매일 뭐하냐고 물었더니 강아지 산책 시키고 친구랑 카페가거나 영화관 가거나 가끔 여행가거나 그런대요. 부모한테 용돈받은 걸로요. 취직은 안 하냐고 물었더니 요새 취직 자리 없다고 애도 답답할거라고 괜히 물어보고 스트레스 주지 말라고 하네요. 알바라도 하면 어떠냐고 물었더니 할머니들이 얌전히 집에 있다가 시집가는 게 더 낫다는 소리나 하시고요. 원래도 공부에도 관심없고 취미도 없고 하고 싶은 거 아무것도 없는 아이긴 했지만 밝고 성실한 편이라 졸업하면 뭐라도 제 할 일을 찾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는데. 20대 초부터 경제활동도 직업관련 그 어떤 일도 안 하면 남은 평생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이 되던데요. 그렇다고 물려받을 재산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이런 걱정하는 제가 이상한가요? 결국 저도 용돈만 주고 아무말도 안 꺼내고 돌아왔어요. 요새 아이들 다 이런 게 맞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