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언제 이혼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말하려면 끝이 없을만큼 20년 결혼 생활이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제가 좀 예민하고 자존심이 강한 스타일인데
사람과 갈등을 일으키는 성격은 아니고 도덕적, 윤리적으로 상식선에 있다고 생각해요.

남편은 결혼 초기부터 분노조절장애로 화내고 물건 집어 던지고 폭력적이구요.
외도는 지속적으로 해왔어요.
그러다 지 기분 상한다고 몇년을 생활비를 끊기도 하고 
정말 언제 이혼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시간들을 보냈죠.
죽으려고도 해봤고 정말 내 안의 모든 것들이 다 녹아내리는 것 같은데
그래도 어찌어찌 살았어요
 
그러다 아이 대학가고 둘이 남게 되었는데 
남편이 아이 일로 함께 정신과에 갔다가 ADHD 진단을 받고서 약을 먹기 시작하고
좀 잘하려는 모습을 몇달 정도 보였어요.
 
그 와중에도 힘들게 하는 일들은 많았지만 참고 지나갔는데
얼마전 함께 쓰는 컴퓨터에 남편 카톡이 열려 있어서
보지 말았어야 했는데 다 보게 되었죠. 
 
판도라의 상자를 연거죠.
남편은 예상대로 정말 질이 낮고 어울리는 사람들도 자신과 비슷하고
여자에 환장한 비정상적인 사람인게 잘 드러나더라구요.
 
그 후로 말은 못했지만 제 마음이 힘들어서 남편과 대면하는게 어렵더라구요.
그렇게 제가 거리를 두니까 또 바람을 피기 시작하더라구요.
 
근데 이번에는 아 이렇게 고통스럽구나 정도가 아니라
이제는 못 하겠다는 마음이 커지더라구요.
 
그래서 심각하게 이혼하자고 말을 했어요.
이유를 묻길래 몇가지 이야기를 했더니
 
1. 남의 프라이버시인 카톡을 본거 너가 쓰레기 씨발년이다
 
2. 바람 핀 여자 집에 찾아와 소란 피울때 방에서 나오지도 않은건 내가 걔를 위하지 않고 노는 애였기 때문이다.
내가 걔를 심각하게 생각했으면 나와서 걔를 보호했을 것이다. 
 
3. 직원이랑 바람나서 돈 문제로 얽히고 돈 잃지 않았냐 하니 그 여자 덕분에 지금도 큰 비즈니스로 7억을 벌었다.
 
4. 지금 바람 안핀다길래 그럼 차 블랙 박스라도 보여줘서 남편말이 진실임을 증명하라 했더니 또 이렇게 카톡 보듯이 지저분한 짓 하려고 한다.
 
대략 모든 대화 주제의 결론이 이렇더라구요.
얘기를 가만히 듣다보면 제가 정말 씨발년이고 잘못한거구나 생각이 들 정도에요.
 
그러면서 또 이혼은 안하고 잘 살자고 하는데
전 뻔히 이런 일들이 반복될 걸 아니 너무 두렵죠.
 
무엇보다 본인의 잘못을 절대 모르고 상대를 얼마나 아프게 했는지 전혀 알지 못하더라구요.
당연히 과거를 뉘우치지 않고 
그냥 하던 대로 하면서 그렇게 살 게 명백히 보였죠.
 
말이라는 걸 서로 나누면 나눌수록 제가 더 고통스러워서 그만하자고 했어요.
 
그리고 어디 말 할 곳도 없고 너무 힘든 와중에 
우연히 사주를 보러 갔는데요.
 
이 분은 너무나 정확하게 제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잘 알고 계시더라구요.
제가 하지 못하는 부분, 그러나 해야 하는 부분들을 마치 수행하듯 도닦듯 살았던 것처럼
앞으로 계속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하시더라구요.
 
더 힘들고 괴로운 순간들 다 참았는데 지금 와서 이혼한다는 건 말이 안되고
이혼한다고 마음이 나아지지 않을게 분명하대요. 
그러니 방법은 좀 덜 괴로울 수 있게 상대를 헤아리고 또 헤아리면서 
내 일에 집중하며 살아가라구요.
 
그게 맞다는거 저도 잘 아는데
자꾸 남편의 말과 모습과 행동들이 마음에 박혀서
목이 막혀 물도 안 넘어갈 것 처럼 괴롭고 몸에서 힘이 다 빠져가는 느낌이에요.
 
어떻게 하면 저는 이 고통을 또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제 현재 상황도 이혼해서 펼쳐질 상황도 모두 힘들 뿐이라 
방법은 정말 죽는 것 밖에 없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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