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5살 아이 덕분에 절 다시 되돌아봤어요(제목수정)

아이와 실랑이가 있었어요

밤잠 준비하기 전에요

그리고 아이가 감정이 올라와서

잘못된 행동을 보여서 타이르는데

그 과정에 자기도 억울함이 있었는지

근엄진지 한 목소리.표정으로

절 집중시켰어요

 

엄마 아니~~!!  잠깐 내 말도 좀 들어봐

왜 엄마는 내 말은 안듣고 맨날 그래

 

말하기 시작하길래 천천히 얘기해보라고 했어요

 

엄마는 왜 다 안돼라고 해?

그리고 아빠가 예쁜옷 사준다는데

왜 안돼 싫다고만  해?

예쁜옷 좋아 하면 되잖아

왜 아빠가 나 티비보여주면 화만 내?

왜 할머니한테 말을 안예쁘게 하고..

할머니가 어른인데 왜 맨날 안된다하고

하지말라고 해?

내가 오리 놀이터 물놀이터라고 하고

할머니도 맞다고 그러는데

왜 아니라고 해? 할머니도 맞다고 하는데..

왜 자꾸 엄마는 아니야 하는거야

엄마는 나빠. 미운아이야..

나 다 알아. 다 귓가로 들었고 다 알아

아빠 엄마 싸운것도 다 알아

아빠랑 엄마랑 할머니 우리 가족

다 사랑해야는데 왜 화를 내고 맨날 안된다고 해?

엄마 미운아이야 정말 나빠

우리가족 다 행복하고 사랑해야지이!!!

잘못하는건 고치면 되잖아

나도 엄마도 고치면 되는거잖아!!

 

아이가 진짜 맺힌거 풀어내듯이 20분 가까이

쉼없이 얘기하더라구요

 

아이가 저렇게 다 느끼고 생각했다는걸

직접 두 귀로 듣고 생생하게 아이 감정을

전달받으니 정신이 번쩍 듭니다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했어요

어제 남편이랑 좀 다퉜거든요

전 아이한테 감정을 전달하진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는 그게 아니었나봐요

 

그리고 또 놀라운게

엄마 껌딱지이고 엄마랑 거의 둘이서만 놀이하는데

아이가 자신과 놀아주지 않는 아빠지만

가끔 티비 켜주고 방으로 들어가는 아빠..

아빠를 좋아하고 아끼는구나 느꼈어요

 

남편이 가끔씩 재미삼아 무슨 이상한 옷?

자기맘대로 주문하는데..그럼 제가

왜 또 샀냐? 그런식의 대화가 아이는

엄마가 아빠의 선물에 왜 화내고 고마워하지

않는건지 이상하고 나쁘다고 생각했나봐요

 

근데 아이 말 듣고보니

제가 뭔가 혼자만의 기준으로 이 가정에서

꽤나 억압.통제를 해왔구나 느꼈어요

진짜 큰 한 방 ..맞은 기분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아이가 속마음을 다 표현해주고

바라는바도 말해주어서 너무 너무 고맙다고 했어요

 

그리고 제 저 심연에 육아.집안일. 아이성장 등

전반에 무관심인 남편에 대한

어느 정도의 분노. 원망. 무시 같은게 깔려 있어서

나왔던 언행들에 있었을텐데..

아이가 마냥 해맑은게 아니고 벌써 아니

진즉?  언제부터 이렇게 다 느끼고 알았던걸까..

진짜 너무 맘이 아프네요

 

아이는 아까 그 시간..속이 뻥 뚫렸던건지

갑자기 자기 전까지 평소보다 엄청 의젓해졌어요

자기도 이제 안아달라고 떼 쓰지 않을거라고

말하기도 하구요

뭔가 아이가 편안한 모습이에요..

 

전 생각보다 쉬운 사람이네요

오늘 남편..생각하면서 너무 답답하고 그랬는데

아이의 뼈 때리는 얘기듣고

그냥 딱 모든게 정리됐어요

나도 많이 부족한 사람이고

내가 답이 아닌게 부지기수이다

노력하자....

저 예쁜 아이에게 즐겁고 씩씩한 엄마이고

세상 든든한 편인 엄마가 되어주자..

 

아이와 맞이할 내일을 기대해봅니다

물론 뭐 내일이라고 크게 달라질건 없지만

이렇게 똑부러지게 말하는 아이 덕분에

저도 더 정신 가다듬고 홧팅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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