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아래 고깃집 차별보니까 예전 지하철 봉변 당한 생각나요

저 20대 후반에 지하철로 거의 1시간 거리 직장 다녔어요.

저희집이 종점 부분이라 다행히 앉아서 갔어요.

7시도 전에 일어난 아침에 지하철  타니

 졸립잖아요. 그래서 눈을 감고 꼬불꼬불면서 가고 있었어요. 저뿐만 아니라 앉은 사람들은 다들 마찬가지.

지하철이 이동할수록 사람들이 점점 많이 타고.

서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잠이 깨어 앉아 있는데

저기 멀리서 허리가 90도로 꺽이고 머리는 새집에 지저분한 옷을 입고 지팡이에 의지한 할머니가 힘겹게 걸어오는거에요.

그러더니 두리번두리번하더니

내앞으로 와서 서요.

그래서 내 자리 앉게 해드리려 일어나야지 하다가

왜 근데 두리번거리더니 내앞이야? 하는 의구심이 겹치는 순간, 이 할머니가 지팡이로 내 다리를 툭툭 쳐요.

일어나라는거죠.

순간 너무 기분이 나쁘더라구요.

나를 찍어서 온거고 당당히 지팡이로 치면서 일어나라?

하지만 이런 불쌍한 할매랑 싸워서 뭣하랴 싶어 일어 났어요.

그런데 이 할매가 옆에 있던 젊잖게(?) 차려입은 50대 남자더러 빈 자리에 앉으라는 거에요. 너무 황당한데 이 50대 남자가 한 3초 가만 있다가 앉네요!

그러고 나니까 이 할매가  다시 힘겹게 다음 칸으로 이동.

그러니까 이 할매는 힘겹게 지하철 이동하면서 남자가 서있는데 젊은 여자애가 앉은 꼴은 못 보겠다는 나름의 가치관 실현중이었던거에요.

 

제일  나쁜놈은 그 50대남. 요샛말로 개저씨죠.

그러면 할매한테 앉으라고 하던지

아니면 나한테 도로 앉으라고 해야 하잖아요.

내가 지 앞에서 황당해 서 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앉아 있음.

이때가 99년도였을거에요.

그 개저씨는 지금 75~80은 되었을것 같네요.

그 나중에 두고두고 생각나는 게 대체 그 할머니는 어떤 인생을 살았길래 저런 가치관을 받게 되었는지 불쌍하더라고요.

그 할머니도 시대적 가치관의 희생자 같기도 하고요.

요새 젊은 여자애들은  그 개저씨한테 다시 일어나라고 했을텐데. 전 요새 젊은 여자애들이 네 가지가 없는 이유도 좀 알겠어요. 곳곳에 이렇게 무차별적인 남존여비가 만연하니

당하지 않으려면 어쩔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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