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옆집이 진짜 부러웠거든요
부잣집이 부러운것도 아니었고
좋은집에 좋은 옷을 입고 다녔던 친구가 부러웠던 것도 아니었어요
엄마 아빠 다 있는 정상적인 가정에서
항상 해가 질때쯤 가족이 둘러앉아 저녁밥을 먹던 집이었어요
저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해서
오빠는 아빠가, 저는 엄마가 키우셨죠
아빠랑 오빠는 몇년에 한번 만날까말까 그런 상황이었구요
엄마는 공장 다니며 돈을 벌어야 하니
아침에 출근해서 밤늦게 오시고
밤에는 야간 작업도 많이 하셨어요
그러니 맨날 혼자서 밥을 먹는데
아침 혼자 먹는건 괜찮은데, 저녁밥은 혼자 먹는게 그렇게 외롭더라구요
냉장고도 없어서 장독에 있는 김치 꺼내서
밥상에 밥한공기, 김치 한포기 꺼내먹고
엄마가 밑반찬 만들어 찬장에 넣어두면 그거 꺼내서 혼자 밥차려 먹었어요
시골에서 자랐는데
동네 애들이랑 빨래터에서 놀기도 하고, 메뚜기 잡으러 다니기도 하고
그렇게 놀다가 해가 질때쯤 각자 집으로 돌아가요
저는 어두컴컴한 그 집에 들어가는 게 너무 싫어서
해가 지기 시작하면 저도 모르게 벌써 우울함과 외로움이 몰려오더라구요
결국 가긴 가야 하니까
혼자 터벅터벅 집으로 가면
옆집문이 열려 있고, 바로 그집 방안이 보였거든요
그러면 항상 가족이 둘러앉아 방에서 티비보면서 밥먹는게 보였어요
그걸 보면서 초등학생인 그나이에
부러운게 뭔지, 외로운게 뭔지 알게 되었고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갈때는 항상 묘한 불안감이 있었는데
그런 불안감을 성인될때까지 안고 살았어요
그렇게 집에 들어가서 방이랑 부엌에 희미한 백열전구 켜고
부엌에서 반찬 꺼내고, 식은밥 냄비에 있는거 그대로 밥상에 올려서
방에 들고 들어가서 혼자 먹어요
근데요
저는 그당시엔 계절도 여름이나 초가을을 좋아했어요
여름이나 초가을엔 저녁먹고 나면 동네 어르신들이 각자 집앞에 평상 펴놓고 나와 있거든요
혼자 어두컴컴한데서 밥먹고
말할 상대도 없이 혼자 덩그러니 있는것 보다
저도 집앞에 나와 앉아 있으면 훨씬 덜외롭고 덜무서웠어요
그 어르신들이 저한테 말한마디 안걸고 본인들끼리만 말을 해도
밤이 되어도 누군가와 같이 있다는게 좋았거든요
4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
지금은 가족들도 각자 바쁘지만 모여서 외식할때도 있고
아파트에 살고, 인터넷도 있고, 티비켜면 넷플릭스에 온갖 놀거리도 많고
너무 좋네요
40년전쯤 그때 지금처럼 인터넷이라도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한번씩 생각하네요
그냥...
생각나서 써봤어요
마무리가 이상하네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