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전 남자복?이 있나봐요

아빠가 다정하고 재밌었어요.

제가 대학생일때도 싱크대나 책 사이에 과자를 사다놓으시고 제가 찾아먹으면 좋아하셨어요.

전 대학때 술을 좋아해서 그거로 부모님 속 좀 썩혔는데 저한테 뭐라 하신 적이 한번도 없어요.

술 마시고 새벽 4시에 들어오면 아버지가 거실에서 기다리고 계시다 조용히 방에 들어가 주무셨어요. 

병원에 갈때도 아빠와 다녔고 은행에 갈때도 아빠와 갔네요. 도서관도 아빠랑 다녔구요.

제가 남편 만나기전에 돌아가셨어요. 

전 비혼주의였었는데 아빠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제 마음이 바뀌어서 연애하고 결혼했습니다.

결혼 20년 되가요.

오늘 남편이 취미생활로 드럼을 치러갔고 전 늦잠자다 일어나서 남편이 내려놓고 간 커피 마셨는데요.

생각해보니 남편도 정말 다정하고 재밌어요.

매일아침 커피를 내려서 두꺼운 주방장갑에 넣어 싱크대에 걸어놓고 가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간식은 꼭 사다놓거나 만들어주거나 해서 안떨어지게 하구요.

제가 하라고 하는 것은 꼭 하려고 해요.

대화할때면 재밌어서 항상 웃게 되구요.

아빠가 좋아하는 옛날 노래도 잘하고 지금은 끊었지만 술도 잘 마시고 아빠랑 둘이 만났으면 너무 재밌었을것 같아 아쉬운데 남편도 같이 아쉬워합니다.

나만 사랑해주는 딱 한 사람만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었는데 그게 남편이라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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