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시모 목욕까지 맡고 싶지는 않아요...

85세 시모가 계십니다. 혈압도 관절도 척추도 다 건강하신데, 작년에 경증인지장애 진단을 받으셨어요. 시부는 결혼직전 갑자기 사망하셔서, 시모가 20년 넘게 혼자 사셨어요. 남편은 무녀독남 외아들입니다.

 

결혼 후 우리집 큰애가 15개월쯤 됐을 때, 당시 60대 중반이었던 시모가 버스정류장에서 넘어지셨는데 손을 잘못 짚으셔서 손목 인대가 늘어났다고 오른손 사용을 안하셨어요. 병원에서 깁스나 반깁스를 처치하지 않은 정도였지만, 무거운 물건을 못들고 집안 일을 못하신다하셨죠. 그래서 몇달동안을 부엌에 서서 일하는 제 다리 붙잡고 우는 아이 달래가며 반찬거리 만들어 날랐고, 주말엔 시모집 청소도 하고 왔었어요.

근데 몇년 지나서 이런 말씀하셨어요. 손 불편해서 머리를 못감는데 어떻게 며느리가 와서 한번을 머리를 안감겨줬냐고. 그래서 당신이 머리를 못감아서 더러웠다고. 저는 미용실 가셔서 머리 감으시는 줄 알았고...머리까지 감겨 드렸어야 했는지 정말 몰랐었어요. 당시에 저는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며 살았거든요.

 

그런 생각을 했던 분이시라 그런지,

 

지금 혼자서 씻기가 힘드신지(싫으신지), 온수 수도세가 생각보다 적게 나와서 여쭤보니...남편한테 며느리가 와서 목욕 시켜줬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돌려서 말씀하신거 같아요.

저는 안하고 싶어요...힘도 부치고, 마음도 나서질 않아요.

남편한테 안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남편도 저더러 하라고는 안해요)

 

혼자 목욕 못하시는 노인분들은 어케 돕고 계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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