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릴때 바람나서 집 나간 아버지
가정폭력은 예사고 집 나간 후 연락두절에 나몰라라 해서
어머니 혼자 4남매 키우느라 진짜 힘드셨어요
아버지가 이제 늙고 돈없으니
우리한테 연락해서 삥을 뜯는데
위에 3남매들은 저 포함 다 무시하고 연락도 안받고
편지오면 읽지도 않고 찢어버리는데
제일 어렸던 막내동생은 마음이 여리고
아버지가 집안살림 때려부실때도 너무 어렸던 지라
그저 마음속에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만 있어서
가끔 몇십만원씩 돈을 보내준 모양이에요
이번에 또 구구절절하게 편지를 써서 막내한테 보냈는데
막내가 언니오빠들 너무 박정하다면서 늙은 아버지 좀 봉양하면 안되냐고
울면서 그러네요
편지보니 결론은 돈 좀 더 달라, 한달에 50만원은 되야 되지 않겠냐
뭐 이런 말이더만..
누군가를 미워하면서, 그것도 피붙이를 미워하면서 사는게 저도 쉬운 일은 아니고
어느 순간부터는 그저 아비가 죽어야 부모자식간의 인연이 끊어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반은 아비의 죽음을 기다리고, 반은 그런 마음에 죄책감을 느끼면서 살았어요
용서해야지, 나도 이제 50이 넘었고 늙어가는데, 자비로운 마음으로 용서하고
나도 내 노후를 편안하게 맞이해야지 하는 마음도 들지만
용서라는 것이, 상대방이 사과를 해야 성립되는 것이 아닌가요 ?
ㅠㅠ
나의 어린시절을 박살내고, 식구들을 곤궁하게 만들고, 어머니는 정신병을 얻고, 너무나 피폐한
성장기를 거치면서 정말 힘들었거든요. 그리고 그 원흉은 아비라는 인간이고요. 단 한번도 미안하다는 말 조차 하지 않는.. 그렇게 여러번 돈달라고 연락하면서도 절대 사과 한마디 없고 당당하기만 한 아비.
용서를 하고 싶어도 뭔가 계기가 없는 거에요. 나도 용서하고 마음을 내려놓고 편안하고 싶은데
나도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으면서 살고 싶은데
도대체 용서란 것이 무엇인가요 ?
용서는 어떻게 하는 것인가요 ?
내가 아비한테 한달에 50만원씩 보내면, 그것으로 용서가 되는 것일까요 ? 그 돈 준다고 큰 문제는 없지만 이 모든 과정들이 너무 추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