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보면 감정이 올라와서 힘들어지고 추스르는 과정도 너무 힘이 들어서 글 쓰는 것을 미루고 있었어요.
하지만 10년전 여기 글을 올렸을 때, 많은 분들이 좋은 이야기들 많이 해주시고 위로도 해주셔서 살면서 종종 중간 보고를 올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서 짧게 글 올려요.
10년전 글들은 지워서 없는데, 짧게 이야기하자면
20년 넘게 살던 남편이 나이 많은 술집여자랑 바람을 피다 발각되자 적반하장으로 욕하고 때리고 애들도 버리고 통장이랑 otp카드, 보험증권까지 들고 가출했어요. 하루아침에...
술집을 찾아가서 모욕도 당해봤고(저를 업무방해로 신고하더니 전남편에게 전화했고ㅡ 전남편이 저에게 '그여자 건드리면 죽여버린다'라고 했고..)
몇개월을 전남편에게 매달리고 맞고, 온갖 쌍욕을 다듣고 애들까지 때리려고 해서 결국 이혼했어요.
이혼 후 상간녀 소송을 했는데, 그때도 맞고소를 하면서 온갖 꾸며낸 이야기에 속이 뒤집어졌고, 나중엔 결국 힘이 들고 손이 떨리고 그냥 제발 죽고 싶을정도까지 저를 괴롭했어요, 그 술집여자랑 남편이요.
상간녀 소송은, 판사가 그 두남녀의 뻔뻔함에 괘씸함을 느껴 제가 청구한 3천만원을 그대로 확정했는데 그 뒤로도 2번인가 더 소송을 걸어와서 퇴근후 현관문 앞에 붙어있는 소장배달장을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 가슴이 뛰어요.
애들과 나는 온몸속의 피가 얼음물처럼 쪼르륵쪼르륵 흘러 잠을 못자는 날이 많았고, 남편에게 죽도록 맞았던 그 순간의 공포가 트라우마가 되서 불쑥불쑥 가슴이 내려앉고 눈물이 나고 ..
딸아이는 생리를 3년이나 계속 해서 산부인과를 다니고 아들은 온몸을 피가 나도록 긁어대고 ..모두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몇년을 보냈습니다.
드라마속 처럼 현명한 엄마가 못돼서 애들에게 무너지는 모습도 많이 보이고, 하지만 변명하지만 정말 목매달고 죽고 싶은 것을 겨우겨우 애들생각해서 버티고 먹고 자고 일했어요..
타인의 경험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라는 말을 절절히 이해하게 되었어요.
오로지 혼자..
아무리 친한 친구도, 가족도, 그 누구도 나의 경험을 알지 못하는 상태 속의 극도의 외로움과 불안과 두려움.
나는 나대로, 또 아이들은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 중이예요.
올해, 아 이제 10년이 지났구나..하는 생각을 했어요.
많이 단단해 졌어요. 딸아이는 이제 어른이 되어서 결혼할 남자친구도 생겼고, 아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발견해서 그 일을 하고 경제활동도 하고 셋이서 잘 살고 있어요.
우연히 소식을 들었어요.
그 여자가 죽었네요. K bar 마담 K씨가요..
둘이 결혼해서 그여자의 다큰 애를 지 자식으로 입양하고 좋은 차에 좋은 집에 해외여행에 신나게 살고 있다가 몇년전 여행에서 갑자기 쓰러졌는데 자궁암4기였대요. 그래서 수술도 못하고 요양원에 몇년 있다가 올해 지난달 죽었다네요.
우리애들에게 10년간 전화도 한번 안한 애비라는 놈이 남의 딸은 지 딸로 입양하고 ..기가 막혀요.
그 놈이 죽었으면 바랐어요. 그여자 생각은 미쳐하지 못했는데 그여자가 죽었네요.
술집에 갔을 때, 위아래 빤짝이는 인조속눈썹을 붙이고 핑크색 캉캉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던 50살 그여자. 술집 주방에서 김치랑 밥을 먹고 있었던지 입에서 김치 냄새를 풍기면서 '오빠에게 전화할꺼에요. 이거 업무방해예요' 하던 여자요. 자기 억울하다면서 '착하게 살아야 겠네' 하며 비아냥거리던 여자요.
집나간 남편이랑 연락이 안돼어 가슴이 뛰고 울렁거려, 그여자 핸드폰으로 그렇게 전화했는데 받지도 않고..술집가서 빌어볼까 생각도 했었는데, 너무 답답해서 진실이 무언지 듣고 싶었는데
그래도 혼인신고까지 하고 진짜 같이 살고있는줄은 몰랐어요. ㅎㅎ
그 남자 배우자란에 [사망]하고 찍혀있는 글자를 보니 아, 이둘이 천생연분이고 부부구나 싶더라구요.
20년 넘게 살면서 나쁜일만 있었진 않았으니 좋은 기억도 있어서, 그 사람도 조금은 후회하고 있을꺼라 생각했어요. 나중에 나에게 미안하는 말은 하겠지 싶은 생각?
엊그제 문득 운전을 하다가
아, 이제 지금 내인생이구나. 온전한 내 인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이렇게 막장이지? 드라마 소재로도 못쓰겠네 너무 지나쳐 하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