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대학생의 양극화

'양극화'가 사회 전반, 어느 집단에서나 두드러지지만 

대학생들에게서도 확연히 볼 수 있습니다. 

부모의 계층에 따른 경제적 양극화에 대해서는 다들 많이 알고 공감하실 것입니다. 

 

제가 요즘 느낀 것은 

문제 해결력과 자기주도성, 사회적 관계의 예의의 양극화 현상입니다. 

 

한국 사회가 공부공부, 초중고 학업 성취도와 입시 성과에 몰입하다 보니 

제 세대도 그랬지만, 학생과 부모, 사회 모두 학업 성취를 최우선시 하지요. 

개인이 쉽게 벗어나기는 어려운 구조이고, 저 역시 경험했고 제 아이도 

입시에 초연하게 키울 자신은 없긴 합니다. 

 

그런데 이에 상응하여 부모가 스스로 할 일을 지나치게 대신 해주고, 

자녀의 자율성을 키워주는 교육이 점점 약해지는 것 같습니다. 

또한 기본적인 예절이 부족한 경우도 많습니다. 

교수자에게 이메일을 보낼 때, 인트로, 인사없이 본인 원하는 것만 요구하는 경우, 

심지어 자기가 언제까지 추천서가 필요하니 보내달라, 

다급한 질문에 상세히 답한 후에 잘 받았는지에 대한 회신이 없고 

수업 시간에 딴짓은 기본이고 대형 강의에서는 많이 떠듭니다;;; 

(국제학생들이 좀 더 떠들기는 합니다 ㅎ)

시험 기간에 정리노트를 따로 요구하기도 합니다. 

핑거 프린세스들도 많습니다. 

학적 규칙이 있고, 이전 학기에 충분히 들을 수 있었음에도 

이번에 내가 들어야 하니 교과목 개설을 요구하기도 하고 

원칙을 제시했는데, 그래도 안되면 수긍하되 자꾸 찔러보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교환학생 프로그램과 수강 신청을 학부모가 과사무실에 직접 문의하기도 하고;;;

교수에게 컨택하여 우리애가 졸업인데 학점이 어쩌구 저쩌구 

이제 졸업학기인데 하고 싶은 게 없다, 무력하다, 부모님을 이길 자신은 없다, 

는 고민을 하는 친구들도 꽤 많습니다. 

행정실 선생님 말씀으로는 새내기 오리엔테이션이나 학과 엠티에서 

우리애는 어떠하니 방을 따로 어떻게 해주고, 

우리애 조는 왜 남녀 비율이 이러하냐 개선해달라고 요구하고 

 

예를 쓰다 보니 참 많네요. 

이 모든 일들이 학창시절 학업성취도가 훌륭하다고 하는 학생들과 학부모에게서 벌어지는 일. 

 

태도의 문제는 비단 학생-교수자의 관계 뿐 아니라 

동료들 간에도 많이 드러납니다.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조모임 빌런, 

커뮤니티 과몰입으로 인한 인신 공격과 군중심리 (이건 20대가 아닌 사회 전반의 문제겠죠) 

 

하지만, 

자신을 알고, 또 노력하며, 모르는 게 있으면 주변의 도움을 구하고 

예의를 갖추어 알고자 소통하는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은 참 두드러집니다.  

스스로 정보를 찾고, 어떤 일을 과감히 도전해 보고, 때로는 계획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경험을 도모하고... 

부모와의 관계는 아주 좋지만, 자기 생각이 확고하여 부모와 유연하게 소통하고 

(학생들이 집과 가족 이야기를 생각보다 아주 많이 해줍니다) 

질문을 할 때는 자기가 알고 모르는 것을 먼저 정확히 이해한 후에 구체적으로 

원하는 바를 묻고, 조언을 구합니다. 조언과 생각이 다르면 그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고 토론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메일 하나를 써도 어찌나 깔끔 담백하면서도 예의를 갖추어 쓰는지...

 

요즘 MZ는 버릇이 없다, 자기 밖에 모른다... 라고 일반화하기 보다는 

학생들마다 의외로 차이가 크다는 것을 느낍니다. 중간층이 참 얇다고 할까요. 

학생들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에 그치기 보다는 

부족한 부분을 성인 대 성인으로 가르쳐주고 함께 성장해 나가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요즘 부쩍 고민이 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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