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올 여름엔 88세 엄마 밥 챙겨 드리려고 친정에 와 있어요.
주위에 이모랑 도우미 분들이 식사 챙겨드리는데 올 여름엔 제가 휴가 길게 쓸수 있어서 다들 휴가 가시라고 하고 삼시세끼 최선을 다해서 차려 드리고 있어요. 문제는, 엄마가 꼭 음식을 남기시는데요. 아무리 적게 담아 드려도 습관인지 꼭 남기세요 밥도 국도 반찬도요. 상 차리면서 이 정도는 꼭 다 드실 거죠, 약속? 하고 차려도 꼭 음식을 남기시면서 저보고 먹으래요. 처음엔 얼떨결에 음식 버리기 아까워서 먹고 또 귀한 식재료 낭비하기 싫어서 먹고 결국 저는 같이 상에 앉아도 제 밥은 못 먹고 엄마 드시는 거 도와드리다가 남기신 거 한 술 뜨는 식사를 한지 한달이 넘었네요. 남편과 아이는 그 모습을 보는 게 너무 불편하다고 해서 따로 차려 주게 되었고요. 오늘도 친척분이 강원도에서 아침에 보내주신 귀한 생선을 맛있게 구어서 발라드렸더니 반쯤 드시다가 인제 난 다 먹었으니까 니가 먹어라, 그러세요. 그 말이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막 대들었어요. 내가 개야, 엄마 쓰레기통이야, 왜 먹다 남은 건 당연히 내가 먹어치워야 해? 나도 나 먹고 싶은 음식 예쁘게 차려서 사람답게 한 끼 먹고 싶다고요. 그랬더니 엄마 먹던 음식 먹는 걸 싫어하는 제가 막장이라네요. 다른 집들은 그렇게 식구들 음식 먹다 남기면 주부가 당연히 먹어 치우나요. 어쩌다 그러는 것도 아니고 어디 식인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