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다시다 미역국에 완패

미역국을 좋아합니다.

가족들 다 좋아하죠.

덥고 습하지만 알빠노, 미역국이 필요하답니다.

 

미역 불려 놓고 시장에서 한우 양지 한 근 사왔습니다.

고기 상태 아주 좋습니다.

지난 번에 30g 적게 주더니 이번엔 쏘아보고 있으니 정량 담습니다.

'아저씨 날 더운데 서로 쓸데없는데 힘 낭비 말아요.'

마음의 외침과 가식적 웃음이 함께 하며 돈 내고 옵니다.

 

 

충분히 불어난 미역을 가위로 자르고 물기를 뺀 후

큰 냄비를 꺼내 참기름을 두르고 소금간 살짝한 고기를 넣어 볶습니다.

고기가 익어갈 무렵 미역을 넣어 함께 볶습니다.

미역이 충분히 볶아졌으니 물을 부어 끓입니다.

끓일 물의 1/3만 넣습니다.

 

넷플릭스를 켭니다. 

뭘 볼까 이리 저리 돌려서 찾아 봅니다.

항상 그렇지만 볼 건 많은 것 같은데 막상 볼려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몇 개 '볼 목록'에 추가했더니 20분이 지났습니다.

 

 

공격적으로 끓고 있는 냄비에 물을 1/3만큼 추가합니다.

다시 넷플릭스를 켭니다.

<파묘>가 업데이트되었군요.

오컬트 무비로 잘 나가다 중간부터 항일퇴마열전으로 변한다는 천만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기도 전에 내용을 다 알고 있어서 내 촉이 대단하다 흐뭇해하고 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영화관에서 본 겁니다.

늙으면 기억력이 나빠지는 게 아니라 그냥 기억력이 녹아버린 것 같습니다.

그래도 공짜니까 좀 보고 있으니 20분이 또 지났습니다.

 

 

다시 줄어든 물을 확인하고 나머지 1/3 물을 넣고 20분을 더 끓입니다.

국간장으로 색을 맞추고 간마늘을 조금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춥니다.

맛을 봅니다.

 

젠장, 이건 돌아가신 엄마도 뱉어낼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미역-소고기 국입니다.

 

 

20초 쯤 고민하다 소고기 다시다를 한 숫가락 넣습니다.

아, 엄마의 맛이 되었습니다.

많이 배우신 박사님들이 만드신 조미료에 대항하려 했던 자신을 반성합니다.

 

 

결론 - 고기는 그냥 싼 걸로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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