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엄마와 냄비

내년이면 팔순을 맞이할텐데

그 세월을 못이기고 

엄마의 암이 전이되어서

병원에 입원했어요.

 

엄마혼자 지내던 집의

꽃들에게 물을 주고 오라고해서

시간을 내어 들러보았더니,

늘 깔끔하게 정리하고 정돈하며

살아온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네요.

 

찬장위에 가지런히 놓인 컵과

냄비들.

엄마가 어느날 이세상에 없으면

저 소중한 살림살이들도

당장에 먼지가 앉을것이고

꾀죄죄한 몰골로 한꺼번에 버려지겠죠.

 

냄비의 얼굴이 부엌에서 반짝이는것도

엄마가 있어야 가능한일인것을.

 

다시 병원에 돌아가

엄마의 머리를 감겨주고

의자에 앉혀 목욕을 시켜

새 환자복으로 갈아입혀

복도로 나오게 해주니

비누향기를 맡으면서

좋아하는 모습이

잠시 안되어보여요.

 

어린시절 늘 구박을 하면서

먹는것만 안다고 못마땅해했던 엄마가,

지금은 병원에서 제 손길에 의지하고 지내요.

온몸 구석구석 갖은 병을 지니고,

잘안보이는 눈과 잘 안들리는 귀와

부정맥으로 벌떡대는 심장과,

벌벌 떨리는 얇은 다리로.

 

병원에선 엄마의 몸을 씻기고

집에 와선 또 냄비를 닦으면서

지나간 세월도 이렇게 닦고

제맘도 냄비도

눌어붙은 얼룩이 지워지니.

반짝반짝 잠시 편안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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