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라기 보다는 정확히 말하면 대학교 후배인데....
제가 옛날부터 되고자 하는 목표가 A업계였다면
먼저 근처의 B업계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후배도 제 업종에 관심이 있는 상태여서 살갑게 굴어서 친해졌고요.
저는 나름 선배랍시고
같이 어울려 다니면서 제가 알던 꿀정보를 다 퍼줬어요.
이 분야는 A업계가 제일 좋다는 것부터
제가 A업계에서 일하게 되면 하고 싶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기획, 아이디어도 많이 말하구요.
내가 아는 선에서 다 알려줘도 설마 얘가 다 기억하고
따라서 하겠나 하는 오만함이 있었나 봐요.
IT 업계로 비유를 들자면 후배가 코딩 기초 배우는 학생이었다면
저는 이미 프로그램을 짜서 납품하는 일로 자리잡은 상태였으니까요.
근데 이 후배가 제가 정보 준 대회에서 기획으로 상을 탔는데
그게 제 핵심 아이디어를 가지고 했더라구요.
상받고 인터뷰도 제가 했던 얘기를 고대로 해서 소름....
상받은 걸로 제가 원했던 A업종의 제일 큰 회사에 취직했고,
거기서 제가 예전 대화 중에 말했던 기획, 통찰 같은 것들을
다 하나씩 현실화 시키고 있더라구요.
몇 년 지난 지금은 승승장구 해서 꽤 높은 자리까지 가고
제가 하려던 것들을 진짜 다 하고 있어요.
검색하면 그 회사에서 뭐 하는지 다 나와서 미치겠어요.
그거 볼 때마다 손이 부들부들 떨립니다.
그러면서도 몇 년간 친한 척 자주 연락 와서는
제가 요즘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정보를 캐려고 해서
너무 소름 돋아서 지금은 연락 안 받고 있어요.
저를 좋아하거나 고마워하지 않는다는 걸 확신한 건
그 회사 자리에 정확히 제 업무 분야가 새로 자리 난 걸 알았는데
저한테 연락도 없었을 때요.
심지어 본인이 그 업무 담당자이니 모를 수가 없었을 테고
그냥 제가 그 회사나 업계에 오지 않기를 바라는 거 같아요.
만일 제가 원하던 A업종으로 가게 되면
제가 그 후배에게 잘 보여야 되는 입장이 된 것도 현타 와요.
지금도 벌써 저한테 갑처럼 은근히 거들먹거리기도 하고요.
이런 상황이라 저는 이 업계 자체에 정이 떨어지고
자다가도 이 후배 생각이 나면 벌떡 일어납니다.
홧병 걸리느니 지금까지 쌓아온 거 다 포기하고
아예 다시는 인생에서 그 후배를 마주칠 일 없는
다른 업종으로 틀어볼까 하는 생각도 해요.
이런 상황에서 저는 어떤 걸 추구해야 하고
어떻게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