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엄마와 나

엄마가  병원에  입원하지  3일이 지났어요.

4인용병실인데, 만으로 한살 낮춰졌으니 78세라고 써있어요.

내년엔 80인데, 만이라 두살 더 낮춰졌구나하는 생각엔

어쩌면 조금더 엄마가 더 살수 있을까 라는 기대감도 있어요.

 

생각해보니,

엄마는 60살때 암을 판정받고

시한부 3개월밖에 못살거란 선고를 받았는데

지금까지 살았어요.

그리고 또 중간중간 이명및 안면마비, 위경련,

어깨통증및, 협심증, 고혈압, 녹내장, 백내장등등의 병으로

한의원과 각종 병원을  다녀야했어요.

엄마의 단칸방 벽에 걸린 달력엔 늘 예약날짜가 빼곡했어요.

 

60이전의 삶은 또 젊었던만큼

호랑이가 번번이 나오는 고개마냥 

시난고난한 삶의 연속이었죠.

평생을 알콜중독자로 삶을 마감해야 했던

남자를 남편으로18살때 만나, 하루도 조용한 날을 보낸적이 없었으니까요.

어쩌면 세상이 자기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아

술을 마시면 펄펄 날뛰며 밤새도록 술주정을 하고

맨발로 순식간에 달려나가 시퍼런 칼을 갖고와선

엄마얼굴에 대고 을러대거나

핏줄이 불거질정도로 엄마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잔뜩 충혈된 눈동자를 빛내면서

집안여기저길 돌아다니는것을

제가 말려보겠다고

끼어들면서 울먹였던 그 유년시절들이.

참 선명하지요.

간혹 아빠의 술주정을 아는 사람들중에

이건 귀신들려 그런거라고 말하는

박수무당도 있었고,

또 술만 안마시면 

숫처녀같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할머니도 있었습니다.

 

그 모든 일들이

세월속에 사라지고,

흔적없이 사라지고.

이제 엄마는 늙고 병든채

병실침대에 누워 운신을 못하고 누워있어요.

 

얼굴을 닦아주는데

참 많이 늙고,

작아졌군요.

손도 뼈만 남았군요.

그 고달픈 세월속에

특히나 제게 유난히도 신경질적이고

싸대기를 별안간 올려붙이던

엄마,

낙엽보다 더 얇아진 몸,그리고

안보이는 눈, 참 안되었어요.

 

자식은

두부류로 나뉘어진대요.

부모에게 빚을 갚으러 오는 타입

부모에게 빚을 주러 오는 타입.

저는 어떤 스타일일지.

또 혼자 앉아 홀연히 드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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