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꽃밭에서

주말마다 내려오는 남편의 본가.

남편은 텃밭에서 코뿔소처럼 바쁘고

나는 꽃밭에서 다람쥐마냥 바쁘다.

무성한  봉숭화꽃들을 살펴보니.

어라 살짝 위장한 잡초들.

어쩜 잎사귀나 키도 비슷해서 뽑다보니

잡초라기엔 아쉬운 너는 한련초였구나.

그래도 이 무리에선 잡초인걸.

 

너는 신장 간장에,

탈모에 지혈에 항암에도 좋다는

귀한 약초라는걸 이제 알았는데.

이 꽃밭에서는 잡초인것을.

백일홍 천일홍 봉숭화 채송화 수레국화 해바라기.

그들 틈에  왜 있는거니 미안해 뽑을게 미안.

혼잣말 중얼거리며 잡초아닌 잡초를 뽑는다.

 

나는 잡초일까 꽃일까.

집에선 꽃일걸? 이쁘게 봐주니까.

회사에선? 아닐걸. 알면서 왜그래.

잘나가는, 쎈 꽃들사이에선 살짝 낮춰야지.

똑같은척하면 들켜버려. 

 

오후엔  길건너 요양원에 계신 엄니뵈러가야지.

남편은 몇년동안 주말부부로 엄니모시고

효도란걸 했했지만 남편도 무너져가고

나도 무너지고... 

지금은 그저 토요일오후 세시에 잠깐 뵐뿐.

요양원옆 칼국집에서 파전에 막걸리 한잔해야지.

잡초몇개 뽑아놓고 

이러저러 중얼거려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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