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80후반 아버지를 모시면서

친정 아버지는 평생 엄마가 차려 준 밥상을 받으며 엄마가 백프로 살림하며  남편 수발을 들어 주다보니 지금도 살림은 거의 못하셔요. 청소는 잘 하십니다.

 

엄마는 건강이 일찍 무너졌어요. 6년 전쯤 말씀하시길...내가 얼마나 아픈데...니 아빠는 내가 죽을 힘을 다해 식사 챙겨주는 지도 모른다.

 

엄마는 그 즈음 자주 넘어지더니 이후 골절과 노환으로. 살림은 전혀 못해서 2년은 사람을 썼고 지금은 요양원에서 콧줄 꼽고 눈만 껌뻑거리지 식사도 걸음도 언어능력도 모두 제로입니다.

 

저는 그 사이 직장을 친정근처로 왔어요. 반면 우리 집은 멀리멀리 있어서 남편과 애들은 2주에 1회 정도 주말에만 보고 평소엔 친정아버지와 살아요.

 

그동안 저는 직장일이 바빠  살림은 대충하고 남편이 많이 도와주었고 외식도 틈틈이 했는데 요즘은 점심빼고 아침과 저녁밥은 집밥으로 하다보니 퇴근 후엔 김치도 담그고 반찬도 만들고 빨래에 집정리하다보면 밤 시간이 후딱가요.

 

퇴근할 때면 오늘 저녁은 뭘하나? 출근할 때는 아버지가 드실 점심은 뭘 준비해놓나?

2명이 살다보니 반찬해 놓아도 후딱 줄어들지 않아요. 게다가 아버진 소식주의자인데 그렇다고 같은 반찬 계속 올릴 수 없으니 반찬분량을 적게 만들어야 해요. 그리고 저는 60이 다 되다보니 체중관리위해 집에서 밥은 전혀 안먹고(회사  점심식사에서 밥은 3숟가락 정도만) 빈찬 쪼끔 먹는게 다예요. 국도 안먹어요. 

 

그러나 아버지를 위해 한식 완전체를 준비합니다. 내 몸이 피곤하기는 한데 워낙 점잖고 배려심깊고 인품이 훌륭한 아버지라서... 내가 이 상황을 거부할 생각은 없어요. 아버지 세대엔 남자가 살림을 못하는 게 당연했고 아버진 가장으로서 완벽한 역할을 해 오셨거든요. 지금도 연금이 짱짱하게 나오고 있고 저에게 생활비 주시는데 ... 늘 생활비가 남아서 그 다음달엔 더 적게 달라해서 계속 줄이고 있어요. 저는 야채나 반찬재료 묵히지 않게 살 때도 계획하고 재료가 상할것 같으면 얼른 뭐라도 만들고.. 냉동실 재료들 열심히 소진시키면서 필요할 때만 새로운 장을 보다보니 장보는 비용이 많이 들지 않더군요. 물론 다른 남매들이 내가 비운 주말에 와서 아버지 돌보고 엄마 면회를 합니다.

 

어제 밤에 아빠가 또 친구 장례식장에 다녀오셨어요. 1달 전에도 모임에 온다고 통화를 했는데 멀쩡했대요. 그 사이에 피부암이 생겼음을 알았는데 1달도 안되어 돌아가셨다네요.

 

얼마전엔 다른 친구 장례식장에 다녀오시곤 저에게 문자를 보여주시더군요.  그 친구가 2주전에 이렇게 보내준 문자라면서요. 그땐 멀쩡했는데 라면서... 맞춤법까지 완벽한 친구분의 따뜻한 문자메세지를 보니 ... 사람의 생명은 정말 알 수 없구나 싶어요. 아버지도 요즘 걸음 폭이 짧아지고 앞으로 넘어질 듯 걸음이 위태로워 보여요. 본인도 그렇게 말씀하셔요. 그래도 인터넷에 본인 여행기를 직접 찍은 사진 첨부하여 유려한 글솜씨로 꾸준히 올리시고 정치 판단도 정확하구요. ㄱㄱㅎ 때문에 나라가 걱정스럽다고 하셔요.

 

내가 뒤늦게 더 열심히 살림할 줄 몰랐다는 것과 노년의 삶을 옆에서 지켜 본 소회를 적어 보았어요.

최근 많이 읽은 글

(주)한마루 L&C 대표이사 김혜경.
copyright © 2002-2018 82cook.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