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한참 울었습니다.
저는 지금 무직이고 제 '일년' 수입은 은행에 넣어둔 결혼 전 번 돈의 이자 몇백만원입니다.
80대 엄마가 받고 있는 기초연금에 보태서 제가 엄마네 살림을 하고 있습니다.
임대아파트 보증금 대출이자, 월임대료, 관리비, 식비, 생활용품비, 용돈 등등..
모두 거의 제가 관리하고 있고 엄마는 전혀 살림 안합니다.
마트도 바로 길건너인데 안가고 필요한 거 있으면 비싼 편의점가서 사더라구요.
사과를 좋아하는 엄마한테 요즘 사과가 너무 비싸서 못사가고 있다가
오늘 마트에 갔더니 세일하는 사과가 있어서 사가지고 엄마네 집에 갔어요.
며칠전에 배달도 하고 가져다 놓기도 한 식재료가 거의 없어서 물어보니
일주일에 3번 정도 거기에서 점심을 먹는데.. 경로당에 다 가져갔다고 하네요.
대량으로 사면 조금이라도 싸니까 두고 먹으라고 저희 꺼 사면서 같이 사서 준건데..
오늘 가보니
동물복지 닭고기 안심 1kg (냉동)
뼈없는 구운 고등어 10팩 (냉동)
동물복지 돼지고기 2팩 (냉장)
우리콩 두부 4팩이 냉장고에 없네요.
단백질 챙겨 먹으라고 신경써서 산거고 이렇게 사두면 그래도 냉동실에 두고 한동안은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값이 좀 비싸도 엄마가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좋은 식재료로 산건데 그걸 경로당에 갖다 주고는
'얘~ 가져가니까 너무들 좋아해..' 이러는데 눈물이..
엄마가 얼마전부터 아파트 경로당에 나가기 시작했는데
한 3주전인가 그 때도 새언니가 보낸 감자 한 박스
고모가 보낸 생블루베리.. 등등 가져가더라구요.
그런건 신선할 때 나눠 먹으면 좋으니 뭐 그러려니 했었는데
제가 몇천원이라도 아끼려고 신경써서 산 식재료들을 홀랑 경로당으로 갖다줘버려서
저 집에 와서 울었습니다.
지금 직업도 없는 상태에 집도 없고.. 미래도 너무 불안한데...
저는 메가커피 한 잔도 망설이고 못사먹고 미용실도 커트하러 작년에 간 게 마지막인데..
엄마 경제관념 없는 거 알고 있지만 오늘은 많이 서운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