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에 우울증으로 자퇴하고 쉬고 있는 아들이에요
중등부터 오래된 우울증이구요 학교 생활, 교우관계, 학업 다 힘들었어요
아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다그치고 공부시키려 했던 것 내려놓고 사과하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아이가 말할 대상이 없어 너무 외로웠다고 죽고싶었다고 했구요
약먹고 있고 상담도 받고 있습니다.
상담쌤 말로는 게임 중독으로 가면 답이 없는데
아이가 에너지가 없어서 게임 중독은 못 가서 다행이라 하더라구요
게임도 힘들어서 오래 못하거든요 운전 게임 정도만 하구요
어쨋거나 어제 저에게 그간 쓴 시를 보여주더라구요
자기 핸드폰에 빼곡이 저장되어 있던 시를 보여주는데 순간 울컥 눈물이 났어요
여리고 섬세한 아이의 마음이 그대로 보이고
이 어려움을 이겨내려는 몸부림인 것 같아서요
힘들면 음악을 들으며 시를 쓴다고 하더라구요
(한동안 김광석 노래를 좋아해서 사실 좀 걱정했어요)
우울이 깊게 찾아올 때마다 시를 쓰는 건 알고 있었어요
제가 좋아하니까 아이도 웃으며 좋아하더라구요
그리고 요즘 자기 혼자 동영상 보면서 3D 디자인인가, 암튼 블렌더라는 기술도 배우고 있고요
관심있는 분야라 열심히 보고 부지런히 배우고 있더라구요
그 기술로 좋아하는 대상을 만드는 거에요
오늘은 쉬고 있던 대안 학교에 용기내어 나갔네요
학교 갈 생각하면서 며칠을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다 스스로 결정하고 갔어요
쉬는 시간에 전화했더라구요 긴장된 목소리...아직은 괜찮다고...
작은 변화들이 고맙고 대견하고....
이겨갈 수 있겠죠 이 우울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