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자주 다니는 편이지만 세관 통과대에 검색원들이 서서 지키는 경우 잘 못 봤거든요. 그냥 각자 알아서 보고할 물건 없음쪽으로 유유히 걸어 나왔죠.
그런데 작년 요맘때 가족들과 영국에 출장+휴가 갔다가 귀국하는 길이었는데요.
이상하게 제복을 입은 검색원 두명이 개까지 대동하고 저를 쫓아오는 거예요.
잠깐 짐좀 보겠다고 하고 제가 끌고 있던 카트에서 케이스 다 내려서 철저히 뒤졌어요. 아무것도 안 나오니까 제 핸드백도 열어보고 넥필로우랑 잡동사니 넣어둔 에코백도 뒤지다가 그 안에서 쬐끄만 귤을 하나 찾아냈어요. 아침에 호텔 조식에 나왔던 건데 남기기 아까워서 공항가는 길에 먹어야지 하고 빽에 넣었다가 잊어버린 거였어요. 엄청 작고 맛없어 보이던 귤 하나. 개가 그 냄새를 맡았다니 놀랍죠.
세관원이 이번엔 처음이라 벌금 없이 보내주지만 제 이름이 블랙리스트에 올라가는 건 어쩔 수 없다고요. 앞으로 세관 통과할 때마다 또 걸리는 일 없이 조심하라고 했어요. 그 후로는 해외에 나갔다 집에 돌아오는 길이 너무 불안하네요. 두 번 다녀왔는데 저를 기다리는 세관원은 아직 없었지만요. 정말 그런 블랙리스트가 있는 건 사실이죠? 엄마 친구도 한 번 걸려서 그 다음부턴 귀국길이 좌불안석이라고 오래 전에 들었던 것 같은데요. 비슷한 경험 있으신분 계신가요. 혹시 정말 블랙리스트에 제 이름이 올랐다면 구명할 기회는 영원히 없는 걸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