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착한데 티가 잘 안나요

인상이 쎄요. 호랑이 상입니다. 

화장까지 하면 진짜 쎈언니 캐릭터구요. 살면서 저한테 함부로 한 사람 한명도 없었어요. 남자들도 저를 좀 무서워하는것 같아요. 

 

오늘 새로운 임차인과 계약하고 왔습니다. 작은 상가건물이 있고 3칸이라 임차인이 3명이예요. 계약할때는 다들 제가 쎄보여서 그런가 약간 쫄아있는 느낌이 들어요. 근데 계약하는 동안 얼굴이 막 펴지면서 이런 임대인 첨 본다고 합니다. 

 

보통 24개월 계약을 많이들 하시거든요.  전 24개월 중에 2달 월세는 무조건 무료로 해줘요. 공사기간을 2달 주는거다 생각하고 있어요. 공사 안하고 들어오는 경우라면 장사 적응하는 기간이 2달이다 하는거죠. 

 

배관 막힘 있었을때도 제 돈으로 다 뚫어줘요. 일부러 막히게 했겠나 싶고. 오래된 건물이라 막히는거 어쩔수 없으니까요. 

 

수도요금이 묶어서 나와서 따로 고메다(계량기) 를 달긴했는데 수도요금도 상황봐서 장사 잘 안되는것 같으면 안받아요. 한집은 아주머니 혼자 식당 하시는데 넘 짠해서 8개월 동안 수도요금 안받았어요. (다른 분들께 더 받는건 아니예요. )

 

3집이 하나로 묶여있으니 누진세가 붙거든요. 그럼 누진세만큼 더 내는거 기분 나쁠까봐 20 나오면 제가 10만원 내고 10만원을 나눠서 내게 합니다. 근데 이마저도 장사 안되는것 같으면 안받아요. 

 

수도요금 왜 안받냐고 하시더니 9개월째부터는 제발 받으라고. 자기가 넘 미안하다고 하시네요. 

 

코로나때는 전부 20프로 감면해줬고. 코로나 끝나고도 한참을 20프로 감면해줬어요. 

 

제가 근처에 살고 있어서 장사 현황을 확인할수 있으니 장사 안되는것 같으면 배달 주문 여러개 시킵니다 (지인들한테 돈 보내주고 어플로 배달시키라고. 대신 음식 사진 찍고  리뷰 잘 올리라고. 시간나면 동네 맘카페에도 올리라고 시킵니다. 공짜 음식 먹으니 그정도는 해주다러구요)

 

계약기간 안에 가게 빼겠다고 하면 바로 계약해지 해줍니다. 보통 큰일 생겨서 가게 빼는거라 사정 듣게 되면 다음 세입자 찾을때까지 월세 내라는 말 하기가 그렇더라구요. 그냥 바로 계약해지 해주고 새로운 세입자 찾아서 권리금 받을수 있게 기다려줍니다)

 

물론 이렇게 착하게 해드린다고 해도 진상 임차인 만날때도 있습니다.  잘해주는걸 이용하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진짜 저랑 연이 닿았던 세입자들은 하나같이 이런 임대인 처음이라고 합니다. (간판 안바꾸고 장사 하시는 분은 제가 간판도 바꿔드렸어요. 오죽 돈이 없음 저럴까 싶은 맘에...)

 

전 풍족한 부모님 만나서 젊은 시절 고생안하고 살았구요. 지금은 남편덕에 먹고 사는거 걱정없구요. 물론 그렇다고 제가 외제차 타고 명품백 들고 다니는 진짜 부자에 비하면 차도 하고다니는 외모도 후집니다만 힘든일 하시는 분들 나이들어 몸쓰는 일 하시는 분들을 보면 마음이 참 그렇습니다. 

 

요샌 흔하게 보지 않지만 길에서 구걸하시는 분들 어쩌다 보면 꼭 돈통에 돈 넣어드리고. 폐지줍는 분들껜 최소 5천원 드립니다. 시원한거 사드시라고. 

 

근데 사람들이 제가 착한지 몰라요. 저랑 비슷한 생활수준일 경우 저는 칼같이 돈 받아내고 치사할정도로 따집니다. 회비로 밥먹을때 이것저것 막 시키고 회비라고 막 쓰려고 하면 싫은소리 합니다. 더시키고 싶음 본인돈으로 하시라고 해요. 저한테 막 얻어먹기만 하려고 하면 니껀 니가 사라고 하구요. 그래서 저보고 못됐다 싸가지없다 성질 더럽다 합니다. 

 

전 선택적 측은지심과 짠함을 가지고 있어서 여유 되는 사람은 도와주고 싶은 맘 1도 안들고. 진짜 고생하는 분들에겐 최대한 도와드리고 싶네요. (사실 폐지줍는 어르신들 보면 넘 맘이 아픕니다. 간혹 그분들 집도 있고 부자다 하는데 현금이 넉넉하면 추운날 더운날 길에서 저러실필요가 있나 싶은게 리어카 끌고 가는 뒷모습이 넘 짠합니다.)

 

울남편이랑 친한 친구들은 저보고 진짜 착하다고 하는데 이게 티가 잘 안나요. 계속 이렇게 살꺼예요. 강강약약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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