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바람부는 여름밤

여름이 좋은건

입는 옷이 얇아서.

그리고 샤워한후의 서늘한 밤이 좋아서.

또, 여름비.

 

소파에 앉아 있으니

뒷베란다에서 부는 비와 바람이

시원했어요.

그 순간,  남편이 하는말.

 

지금쯤, 그 반지하는 얼마나 더울까?

우리가 살았던 그집.

 

아, 전 그 집을 이미 잊었는데

15년전의 좁은 반지하가

강제소환되더라구요.

 

항상 축축하고,좁고 어두웠던

가난한 애송이였던 우리둘이

사는동안

창밖의 발과 문득 나타난

낯선, 혹은 낯익은

얼굴들에 대해 놀라고

여름날밤, 창문을 여는 문제로

사소한 다툼을  했던 그집.

 

이제 잊고 살고있는데

다시금 그 기억을 떠올리게 한

남편이 참 미웠습니다.

 

그 집에 사는동안

욕실안에 놓여있던 세수비누도

단한개.

그 비누를 들고 세면대와 샤워기가 있는 

자리까지 왔다갔다하던 시절을

지나

지금은 핸드워시와 손닿는곳마다

비누가 놓여있는데

 

비오는 덥고 습한 여름마다

가끔 그 집을 떠올리는 남편.

 

면접보기전날,

곰팡이냄새를 없애려고

창밖에 널어둔 새남방과 바지가 없어졌을때

슬픔이 가득한 채로

혹은 분노하면서.

자기자신을, 또 아내인 나를

마구 후벼파고 양철지붕위의 고양이처럼

어쩔줄 몰라하던 가난한 남자가

아직도 그 집을 떠올리다니.

그어려운 시절을 같이 관통해온 저는

잊었고 그는 못잊었으니.

참 답답하다는 생각 오지게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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