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애 키우기 전까지 내가 이리 덜 치유된 사람인지 몰랐어요

성장과정이 참 뭣같았어요.

또래 중에서는 꽤나 더러운 꼴 보고 자랐고요. 

과장 조금하면

세멘 바닥에 유리 한장 박살내고 그걸 또 누가 잘근잘근 밟아서 가루로 빻아진 약간 그런 환경인데

저는 참 밝고 맑게 자랐고

누구한테 대들거나, 깽판을 치거나, 가출을 하거나 하지 않았고,

(가족성원 2분의1 가출함)

항상 개그맨 되라 소리 듣게 애들 웃겨주고, 학교도 제때 괜찮게 가고,

공부도 꽤 잘했고, 배우자도 잘 만나서 소시민으로 원만하게 살거든요. 

실제로 어두운 감정을 잘 못느끼고 늘 까불면서 살았어요.

 

착하다..란 얘기 어른들에게 많이 들었어요. 약간 씁쓸하게 절 보며 하셨죠.

그 한 단어 앞에 괄호 열고(니 집안꼴이 그꼴 났는데도 니는 참 잘자란걸 보면)괄호 닫고.

그만하면 착하다...이거죠. 

 

근데 애들 키우면서 막 나오네요.

내 안의 어두운 그림자가 멱살잡혀서 목구멍으로 역류해 나오는 기분이에요.

첫애가 두 돌 무렵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매일매일 죽고 싶고, 이 애가 하루 아침에 없던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고,

운전하면 마주오는 차가 날 치면 어떨까 싶고....

그래도 아이들 어릴땐 별말썽 없이 이쁘니 그냥저냥 괜찮다가

이것들이 사춘기지나며 질풍노도 달리는데

완전 괴물괴물이 내 속에서 나와가지고  날 흔들어대는데

내 안에 잠자고 있던

외로움, 결핍,...누군가 꼭 붙들어야겠고,

이번 생에는 꼭 좋은 가정을 이루고야 말겠다는

필사적인 욕망이 절벽에서 한발 한발 위로 기어올라

좀비처럼 나를 좀먹어요.

내가 원가정에서는 당했지만

이번 가정만큼은 꼭 사랑넘치는 가정, 안전한 가정을 만들거야 라는 욕구가

그렇게나 강렬한지...사건이 터지고 위기의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몰랐어요.

그 욕망이 너무나도 절박하게 저를 사로잡았고,

차라리 조금 놓으면 좋을텐데 그럴 수 없으니

저 멀리서 불길한 징조가 손톱만하게 나타나기 시작하면 

불안함이 나를 흔들면서 목을 졸라오고, 그게 결국 통제욕구로..

그러니 나도 미치고 가족들도 미치고....

 

예를 들면,

큰애vs작은애

전쟁이 일어나면,

너무 슬퍼서 명치가 죽창에 찔린것 같고, 머리 산발하고 울고 싶어요 

겨울왕국 보면서 그렇게 울었잖아요 제가-.-

저집 자매들은 저렇게 사랑하는구나 엉엉..

 

휴,,,,

그래도 지금 상태는 다시 평온으로 돌아와서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기대를 낮추려고 애쓰고있어요

내 인생과 애들 생을 분리하려고. 

암튼, 

결론은 돌아돌아,

애들 아니었으면 내 괴물을 보지 못했다구요.

지금은 보고 그 괴물이랑 잘 지내고, 단단해져서 좋은데.

사실 애들 없어서 괴물을 안꺼내고 살았어도 나쁘진 않을거 같다는

이도 저도 아닌 결론 투척하고 도망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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