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소설 & 영화 '빨강, 파랑 어쨌든 찬란' (원제 : Red, white & royal blue)

제 취미생활 중의 하나가 소설이나 아무튼 텍스트를 영화한 것들을 같이 놓고 보는 겁니다

때로는 영화부터 보고 원작 소설을 읽거나, 캐스팅이나 제작 예고 기사를 보고 먼저 읽고 영화를 기다린다거나, 뭐 그게 나름의 소소한 재미입니다

책부터 읽을 때는 감독이나 제작자가 이 책을 왜 영화화 하려고 했는지, 어떤 포인트에 매력을 느꼈을지, 어떻게 영상으로 바꿀지에 대해서 상상하고 궁리해보면서 간접 체험을 해보기도 하고, 영화나 드라마를 먼저 본 경우에는 원전을 어떻게 바꿔서 요렇게 만들었나 호기심을 충족하는, 그래서 그냥 영화만, 소설만 보는 경우와는 또다른 재미를 맛보고 있습니다

이런 취미 아니면 알수도 없는 책이고 알아도 안 읽어봤을 책이 대부분이긴 합니다

 

물론 다 재미있지는 않습니다. 어떤 소설은 유명 배우가 직접 제작한다는 기사를 보고 읽었는데, 뭐 이런 소설을 골랐담? 하는 경우도 있고 최근 HBO에서 박찬욱 감독이 참여해서 만들었다는 드라마 '공조자' 원작을 읽고 후덜덜 하기도 했습니다(요건 아직 드라마 못봤다능... 근데 안 보고 싶은 마음이 55% ㅠㅠ 소설 겁나 살벌함 ㅠㅠ 우리나라 역사의 비극하고는 차원이 또 다른 베트남 비극 ㅠㅠ)

 

이 책은 그런 제 취미에서 스치는 기사 하나에서 선택된 겁니다

니콜라스 갈리친이라는 배우가 이 영화에 캐스팅됐다는 짤막한 기사... ㅎㅎㅎ

솔직히 저는 이 배우를 처음봤고 어떤 작품을 했는지 누군지 모릅니다만, 최근 헐리우드의 차세대 유망주로 꼽히는 20대 배우라더군요

암튼 원작 소설이 있대서 찾아봤더니, 집앞 도서관에 떡하니 있더구만요

아무도 안 찾는 소설인지 제가 3주씩 세번이나 대출을 갈아타고 들고만 다녔답니다

 

어쩌다보니 머리 뽀개는 진화생물학 책만 줄줄이 3권째 읽다가 머리카락이 다 뽑힐 지경이 되서 릴랙스 차원에서 이 책을 펼쳤습니다

근데 참 제목 번역이 이쁘지 않습니까? 원제를 홀라당 바꿨는데, 한글 제목이 영어 원제보다 훨씬 마음에 드는 극히 드문 케이스... 어쨌든 찬란이라니...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했는데, 나 참 어이가 없어서리...

내용을 전혀 모르고 집었더니, 이게 딱 BL 하이틴 로맨스네 ㅎㅎㅎ

23살 영국의 막내 왕자님하고 미국 최초 여성 대통령의 21살 막내 아들(현실 역사 고증따위 잊읍시다 ㅎㅎㅎ)이 말아주는 무려 470쪽이 넘는 스케일 어마어마한 대서양을 넘나드는 게이 러브스토립니다

우리 도서관, 점잖고 진지한 책만 있는 줄 았았더니, 앙큼하게 요런 책도 갖고 있었다니...

 

문제는 제가 중딩때도 고딩때도 하이틴 로맨스를 안 좋아했다는거...

마흔 넘어서 하이틴 로맨스 중독자 지인이 이젠 소장하는 하이틴 로맨스를 정리하려 한다며 이제라도 입문해보라며 한보따리 안겨 주었는데, 그 얇디 얇은 책 세권째에서 던져버렸다는...

읽다보면 그눔이 그눔이 다 똑같은 스토리라 읽을 재미도 이유도 없어서 다 내다버린 사람이 접니다

그런데 그런 내가 이런 책을 직접 골라 읽게 되다니...

괜히 '하이틴'이 아니구나 했던 게, 그 나잇대니까 야하지 내 나이엔 심지어 야하지도 않아서 짜증 지대로... ㅎㅎㅎ

아마도 머리뽀개는 진화생물학 책을 읽지 않았다면 한 50쪽 읽다가 반납해버렸을 책이건만, 머리뽀개다 이 책을 읽다보니 진심 릴랙스 하는 느낌... ㅋㅋㅋ

 

어우, 수위가 제법입니다. 

직접적인 표현은 배제했는데도 머릿속에서 동영상 돌아갈만큼 자세하고 섬세하게 표현되어있습니다 ㅎㅎㅎ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보다 낫습니다 (이런 소설 안 좋아한다면서 이 책을 무려 직접 사서 읽은 표리부동한 인간이 또 접니다. 비록 다 읽고 이 책 만드느라고 낭비된 나무들에게 애도했지만...)

그래서 이런 찐한 로맨스, 특히 BL 관심있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웹소설에서 요런 장르 인기 많다고 하는데, 웹소설 보다는 좀 더 소설적 구성은 낫다 싶습니다

미국 대통령 아들이 주인공이라 대통령 재선 캠프 얘기, 정치, 외교적인 다른 스토리가 있어서 저처럼 로맨스 묘사가 지루한 분들도 제법 읽을만 합니다

그래도 어차피 전개과정은 다 똑같은 하이틴 로맨스 수준을 못 벗어납니다만...

 

영화가 아직 제작중인 줄 알았더니, 이미 개봉했나봅니다

우리나라에는 안 들어왔지만...

된장, 니콜라스 갈리친이라는 배우가 영 왕자님에 안 어울리는군요. 제 상상하고 너무 거리가 있어서...

오히려 미국 대통령 아들 역 배우가 제 상상보다 훨씬 잘 어울리는 듯...

대통령 엄마 역할은 우마 써먼이 맡았다는데, 아주 괜찮은 캐스팅인 듯...

흥미가 생기면 영화도 한번 보는 것도 괜찮을 듯

 

머리뽀개는 책 아니었으면 절대 볼 일없는 종류였건만, 어느 쪽 덕분이라 해야할지...

이 책 덕분에 무사히 머리 안 뽀개고 어려운 책 완주했다고 해야하나, 어려운 책 덕분에 관심없던 책도 한번 읽어봤다고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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