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강아지에게 마킹을 못하게 했더니…

우리 강아지는 

산책할 때 무조건 풀과 흙이 있는 곳만

해야하는 줄 알았다

새끼 때부터 한살무렵까지

고추밭 옆 흙땅에 있는 개집에

묶여살았던 녀석이니까

산책 때 흙과 풀숲에서 긴다리로 고라니처럼

껑충껑충 뛸 때

나도 당연히 덩달아 같이 뛰었다

 

신나게 달리다가

나무를 보면 어김없이 마킹을 하길래

자연스러운 건가? 하며 고민을 했지만

강아지의 본능을 거스르진 말자싶었다

풀잎 중 조금 큰 풀입에도 끙끙 냄새맡고 마킹

 

이게 ... 마킹횟수가 갈 수록 늘었는데

유튭보니까 ... 냄새맡는게 강아지 사회의

sns 라나 뭐라나...

맹모삼천지교도 하는 판에

다행히 도시에 살지 않으니까

그래 .. 맘껏하게 냅뒀다

 

그런데 이게 놔 둘 수록 뭔가 좀

찜찜하고 아닌 거 같다

유튭보고 또 공부하기 ...

마킹도 냄새맡기도 못하게 하기로 했다

 

냄새맡기 - 누군가 다른 강아지가 침입했네!

마킹하기 - 여긴 내 영역이라고!!!!

 

이 과정을 통해 안 그래도

강한 집착과 불안이 있는

소심한 우리 강아지의 예민함이 한층 강화되고

있었나 보다. 

풀숲에서 냄새맡고 마킹하는게

좋기도 하지만...

자기 영역지키느라고

힘들어 보이기도 하니까

행복과 비례하진 않는 거 같았다

 

날이 훅 더워진 얼마 전 ...

개줄을 짧게 잡아 바로 옆에 강아지를 세우고

산책길에 나섰다

평소 풀숲에서 줄을 풀어주고

맘껏 냄새맡고 마킹을 하게 뒀는데

못하게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더울 때가 오히려 훈련 적기다

(더워서 지친 애가 마킹까지 하려니

얼마나 힘들겠나)

 

항상 땅냄새 맡느라 바빠서

고개를 숙이고 앞도 보는지 마는지

속도 조절도 못하고

이리갔다 저리갔다 하던...

어디 내놓기 부끄럽게(?) 산책하던

우리 강아지를

이젠 꼭 잡고 일정한 속도로 가봤다

 

처음엔 마킹하러 간다고

반항을 많이도 했다

여기서 밀리면 안된다!

일정한 장소에서 배변만 허락했고

풀숲에 들어가면

냄새와 마킹할 시간을 두지않고

곧바로 같이

껑충껑충 달리기를 해버렸다 ㅎㅎ;;;;

우리 강아지가 이 달리기를 엄청 좋아하니까!

 

처음엔 마킹 못하게 했던 구간과

마킹을 해도 되는 구간을 두다가

차츰 마킹 못하게 하는 구간을 계속 늘렸다

(아쉬움 없게 공원 출구에서 마지막으로

한번 마킹을 하게 허용해주고 귀가를 했다)

 

그게 2주 가까이 되니까

눈치 백단 강아지가 적응을 했고

큰 변화가 생겼다

 

나는 그동안 우리 강아지가

마킹을 안 하면

절대 !!!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마킹을 못하게 한 후 변화는

일단 강아지가 산책을 다 해도 

(이 더위에도) 많이 지치지 않는다

산책 후 돌아올 때쯤 기진맥진 온 에너지를 다 써서 자기 영역지키느라

힘들고 예민져 있었는데.... 

마킹금지 후엔...여전히 룰루랄라 상태다

 

뭔가 더 기분이 좋은 상태...

귀가할 때 집근처에서 나를 억지로 끌고 가던 버릇도 사라졌고 좀 여유가 생겼다

 

산책할 때

고개를 빳빳이 들고 앞을 보면서 간다

항상 땅바닥에 뭐 있나

고개 숙이고 다니던 녀석이

이젠 아주 도도하게 걷는다 ㅋㅋ

 

다른 강아지를 대면 했을 때도

조금 덜 예민해졌다

문득 내가 느낀 건

산책 때 다른 강아지의 냄새를

못 맡고 오다가 만난 강아지라

뭐지??? 이런 표정이 되는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좀 덜 예민해졌다

 

무엇보다 좋은 건

강아지가 바로 내 옆에서

동무처럼 내 발걸음에 맞춰 함께

교감하며 걷는다는 점이다

풀숲에서 노즈워크하고 마킹할 때는

강아지 따라다니느라 바빴는데

요즘은 둘이 얘기하면서 (혼자 얘기하나 ㅋㅋ)

음악을 듣기도 하고

그렇게 차분하고

평화로운 산책길이 되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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