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2학년인 큰아이 중학생 때 파양된 냥이 입양했어요. 이웃이 이사 가며 버리고 갔어요. ㅠㅠ 저희 아이들도 몇번 본 냥이라 아이들이 사정 사정해서 마지못해 집에 들이고 6년을 키웠네요.
아이들이 집에 냥이 들이며 자기들이 적극 돌보겠다고 했어요. 물론 그 말을 다 믿은건 아니지만 정말 아무것도 안하네요. 전 냥이 무서워 최근까지 발톱도 못깍아서 그것만 큰아이가 해왔어요. 그러나 4달전 냥이가 신부전이 발견되서 하루 3번 피하수액에 보조제와 병원 처방약이 12알이예요. 수시로 물먹이느라 씨고 있어야 하고.
50넘어 다시 육아하는 것 같아요.
12알 보조제들도 서로 피해야하는 약들이 있어 시간 체크하며 먹이고 있네요.ㅠㅠ
지난 6년간 가족으로 함께 했고. 데려온 책임이 있으니 병원비도 약값도 저희 형편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힘든건 돈이 아니라 이 모든 돌봄이 저한테 독박으로 떨어진다는거예요.
전 냥이가 더 안좋아질새라 약도 시간 맞춰먹이려하니 외출에서 들어오면 그것부터 체크하고 하는데 다른 식구들은 다 점점 손놓고 쏙 빠져나가요.
제가 없을 때 이거 이거 신경써라 해도 그때뿐이고 온식구가 다 책임감을 가지고 돌봐야할텐데. 다들 팔짱끼고 있고.
그러다 보면 하루3번 해야할 수액을 결국 시간에 밀려 2번밖에 못하게 되고. 약도 빼먹고.
결국 냥이가 불쌍해 저혼자 독박쓰며 돌보는데 자꾸 화가나요.
그간 제가 냥이 무서워했지만 정들고는 제게 사랑을 주던 아이니 다른 식구들이 무심하거나 말거나 제 할일이라 하면 좋은데.
이쁘다 이쁘다만 하지 정작 돌봄에 필요한 수고들은 쏙 빠지니 그렇다고 냥이가 볼모처럼 있으니 화난다고 저까지 안할수도 없구요.
어차피 데려온 내책임이다고 인정하고 그냥 독박쓰기로 작정해야 속이 편할텐데 그게 안되고 자꾸 화가나요.
평소 내 입으로 들어가는 영양제 몇알도 챙기기가 귀찮아 빼먹는데 약이라면 질색 팔색인 냥이 붙잡고 씨름하려니...
그래도 꾸준한 돌봄이 있어 수치도 좋아지고 다시 몸무게도 늘고 저한테 애교도 부려주고 보람이 없는건 아닌데. 어차피 돌봐야하는데 제가 왜 자꾸 가족들한테 짜증과 화가 나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동물은 동물인데 너무 과몰입해서 정성인건지. 그런데 냥이는 절대적으로 사람에게 의존된 존재라 돌보기를 포기하면 바로 급속도로 악화되서 죽음이거든요. 지금은 냥이 입장에서 약먹기 성가시고 수액도 힘들지만 대신 나머지 시간엔 활력있게 캣타워에 뛰어오르고 장난도 치고 해요. 물론 마지막 순간이 오겠지만 그때는 붙잡지 않고 편하게 해줄생각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