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딩크 후회 안하세요? 다시 돌아간다면 딩크 안해요

폐경이 된 지 3년째에요

자녀 둘은 낳은 지인들, 자매들이 뼈마디가 쑤시고 아프다고 해도 저는 아이를 안낳아서 안아플 줄 알았어요

작년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어깨가 아파서

새천년 건강 체조 비스무리하게 해야 해요

밤에 자다가도 베개에 오래 닿아있는 머리쪽이

두통으로 아파 잠을 깨기 일쑤구요

경추성 두통이라네요

결국 어깨 통증이 두통을 유발하고 있는거지요

 

아픈 이야기 하려고 글을 쓴 건 아니예요

결혼할때 남편도 저도 형제많은 집에

중간에 낀 자식으로 자라서

늘 위, 아래로 치면서 컸어요

서른 훌쩍 넘겨한 늦은 결혼이었는데

( 저희 시절에는 대개 스물 일곱, 여덟에는 다 결혼했거든요)

둘이서 자녀 계획을 이야기하다가

제가 울면서 자식은 안가지고 싶다고

차별에 형제간에 치인거에 진저리가 난다고 

당신만 동의한다면 자식없이 둘이 살자고 제안했어요

만약 자녀를 낳고 싶으면 나랑은 결혼 못하니까

헤어지자고요

남편이 그 자리에서 한 십분 정도 고민을 하더니

제 의견에 동의했네요

 

마흔 될 즈음에 제가 마음이 변해서

이제 자녀를 가져보자고 다시 제안했어요

남편이 무던하니 안정감을 주는 성격이라

이런 가정에서라면 

아이 하나는 잘 키워낼 수 있겠다 싶었지요

그런데 남편이 완강하더군요

분명히 그 때 

자기 인생에 자식은 없다는 일생의 결심을 했다고

우리는 딩크로 사는 거라 말하더라구요

언니는 

피임이 실패했네 이러고 그냥 낳아버리라고 했지만

저는 그건 아니라고 봤습니다

내가 딩크를 하자고 했을 때

평생 그런 결혼 생활은 생각하지도 않았던 남자가

내 말에 동의를 해준거니까

내 마음이 변했다고 남편을 속이고

자녀를 갖는 건 기만이지 싶었거든요

 

그렇게 결혼 생활 20년째 입니다

자녀가 없는 다른 부부들은 어떠신지 모르겠지만

저와 남편은 이제 나눌 이야기가 없습니다

원래도 남편은 말이 없고

제가 말하면 묵묵히 들어주는 사람인데

제가 할 이야기가 없네요

남편과 저는 하는 일도 완전히 다른 분야라서

서로의 일 이야기도 나누지 않아요

시댁은 몇년 전에 시어머님도 돌아가셔서

오라 가라 하는 분도 아무도 안계셔요

시어머님 돌아가시기 전에도

일하는 며느리라고 명절 말고는 부르지도 않으셨고요

주말에 둘이 집에 있으면 

남편은 거실에서 티비 보느라 소파에 딱 붙어있고

저는 제 방에서 책을 읽거나 폰을 보거나

그렇게 서로 접점없이 이틀이 지나갑니다

각자 방도 따로 있고

욕실도 각자의 욕실을 쓰는 편이고요

원래도 다투지를 않았는데

새삼스레 다툴 것도 없고요

평화롭다가 아니예요

무료하고 헛헛하다는 게 제 심정입니다

 

사실 몇달 전에

여동생 가족이 새 아파트 입주시기가

집을 판 시기랑 안맞아서 

두달 조금 넣게 저희 집에 함께 지냈었어요

중학생 조카 남자아이와 여동생 부부가

함께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무엇을 놓치게 되었는 지 

확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부부는 자식이 없으면 가족이 안되는 거였어요

그저 경제 공동체에

함께 생활 공간을 같이 쓰는 동거인이네요

자식이 있어야 그제서야 

완전한 남남들을 핏줄보다 끈끈한

가족으로 결합시켜 주는 거였어요

 

엄마가 늦어도 되니까

하나는 꼭 낳아라고 나중에 후회한다고 하신 말씀에

절대 후회안한다고 했었던 저의 오만함을

이십년이 지나서야 보게 되네요

되돌릴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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