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올케언니

 

 

30대에 일을 무리하게 하다 새벽에 화장실에서 쓰러져

 

입술이 찢어졌다 엄마가 병환중이어서 결혼 안한 나는 

 

보호자가 없었는데 올케언니가 나를 데리고 성형외과에

 

갔다 얼굴을 다쳤고  미혼인지라 시내까지 갔는데 성형외과는

 

수술스케쥴이 있다며 나를 받아주지 않았다

 

 

세번째 병원에서도 안된다고 해서 찢어진 얼굴을 한 채

 

입구에서 울먹였는데 그 병원 의사가 들어오라더니

 

수술을 해주었다 지금도 얼굴에 흉터가 있다

 

 

엄마가 편찮으셨고 언니들은 결혼해서 멀리에 살고있어서

 

내가 어려운 일이 있을때마다

 

이렇게 올케언니가 나를 돌봐주었다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올케언니에게 문의하면

 

잘 해결되었다

 

언니는 좋은 사람이고 꼬인 데가 없었다

 

오히려 친오빠와는 데면데면해도 언니와는 친했다

 

 

오빠집의 아일랜드 식탁에 마주앉아

 

세상사는 이야기 재밌는 우스개이야기 남편흉

 

먹고 사는 일의 고단함 그런 이야기를 매일 나누었다

 

 

그렇게 살다가 노인이 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삶이 소용돌이쳤다

 

 

올케언니가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우리 삶에 없을거라고 생각했던 일이 툭하고

 

던져졌다

 

 

 

나는 결혼전 오빠집에 살면서 언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직장에 다녔다 조카들도 봐주고 부모님

 

병간호도 같이 했지만 언제나 도움받은건 내 쪽이었다

 

 

 

언니가 진단받는 과정에 자주 음식을 해서 언니집으로

 

날랐다 떡국도 끓이고 콩국수도 하고 오이도 무치고

 

김밥도 쌌다 다 맛있다며 언니가 잘 먹었다

 

 

첫항암을 하고 집에 와서 언니가 누워서 못 일어났다

 

매일 음식을 해서 가져갔다 먹기도 하고 못 먹기도 하다가

 

언니가 나에게 미안하다며 그런데 김밥이 먹고 싶다고

 

했다

 

 

장을 보고 새벽 4시에 일어나 김밥을 쌌다

 

7시에 언니집에 김밥을 갖다주고 출근했다

 

 

사실 그러면서 힘들었다 저녁에는 옷만 벗고 쓰려져서

 

잤다 그 김밥을 먹고 언니가 일어났다

 

 

사흘간 밥을 못 먹었는데 그 김밥은 먹히더라고 했다

 

언니가 긴 문자를 보내왔다

 

 

 

너무 미안한데 너밖에 없다며 

 

이 긴 여정을 도와달라고 했다

 

언니가 울고 나도 울었다

 

 

 

당연하지 언니가 나를 귀찮아하지 않고 돌보았듯

 

나도 언니를 돌볼 준비가 되어있어

 

아무 걱정말고 치료에 전념해요

 

 

 

나는 솜씨는 없지만 미역국도 끓이고 오이도 무치고

 

멸치도 볶고 두유도 만들고 또 김밥도 싸고

 

또 내가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지 

 

요리를 잘못하지만 내가 한 음식을 언니가 잘 먹는다

 

 

 

 

언니는 언제나 귀찮아하지 않고 나를 돌봐주었다

 

 

항암의 길고 고단한 시간이 어서 흐르고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수 있기를

 

 

오늘은 언니가 잘 먹는 오이무침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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