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목련나무 피던 집에 살던 소년 완결

 

그날 술을 몹시 마신 후에 친구가 이야기했다.

 

친구의 아버지는 외로운 분이셔서 형제도 없었고 가족도 없었다. 아버지에게는 하나있는

 

아들이었던 자신이 퍽 소중한 존재였다고. 기억이 났다. 모든 부모가 자식에게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내어주지만 그 아버지도 그랬었던 것 같았다. 버스정류장에 내렸을 때

 

아들을 기다리며 서 계셨던 아버지.  아버지는 친구가 고시공부를 하고 있던 중에 돌아가셨다.

 

 

친구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을 이야기했다.

 

아침에 쓰러지셨고 쓰러진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갔다. 쓰러진 그 날에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친구의 나이가 서른세살이었다. 스무세살에 시작했던 고시공부 10년차였다.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했고 얼굴도 잘 생겼다. 무난하게 좋은 대학에도 들어갔다.

 

그 일도 잘 해낼 것이라고 아버지는 믿었을 것이었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친구는

 

술이 자신을 이길 때까지 마셨다. 처음에는 신나는 밤이었는데 밤이 깊을 수록 마음도

 

깊어졌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의 이야기가 너무 마음 아팠다. 그 날 아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결국 시험을 접을 때 너의 마음은 어땠을까. 너는 그 시간들을 어떻게 견뎠을까.

 

 

 

너의 집 목련나무는 참 예뻤지. 담밖으로 환한 목련이 피어오르면 나는 너의 젊고 예쁜 어머니.

 

너처럼 예쁜 여동생. 너의 아버지. 그리고 네가 사는 집을 지나 학교에 갔지.

 

 

나는 네가 내내 행복하다고 생각했어.

 

 

너는 한번도 아프지 않고 한번도 다치지 않고 삶을 살아갈 것이다 하고 생각했어.

 

 

망망대해에 떠 있는 작은 배같은 나의 20대를 보낼 때, 비척비척 걸어서 집으로 돌아갈 때

 

 

버스정류소에서 내려 큰 길을 올라가면 네가 사는 이층집은 언제나 그 자리에 멋있게 

 

서 있었어. 4월에만 꽃을 피우던 목련나무가 있어 더 아름다운 집이었지.

 

 

 

삶은 누구에게나 그렇구나. 너의 서른세살. 너의 서른여덟살. 그 아팠던 순간들이 눈에

 

보이는 듯 했던 그 밤에. 그 먹먹하던 밤에. 우리는 모두 헤어져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이런 것은 모르고 사는게 좋지 않았을까.

 

 

그냥 이층집은 그 자리에 있고 목련나무도 그 곳에 있는 걸로.

 

 

나이든 아버지는 웃으며 퇴근하시고 나이들었지만 여전히 다른 엄마들보다 젊고 

 

아름다웠던 어머니도 여전히 그 곳에. 예쁘고 도도하던 동생도 그 곳에. 

 

친구도 내 어린 시절 기억속의 그 곳에서 그냥 살고 있는 것으로 .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이

 

좋은 게 아니었을까. 깊은 밤을 걸어가며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 친구를 특별하게 예뻐하셨던 우리 엄마도 내가 결혼할 즈음에 돌아가셨다.

 

 

어른들은 돌아가시고 그 때의 아이들은 자라서 그 때의 부모님만큼의 나이가 되었다.

 

세월이 이렇게 금방 흐르는 것을 몰랐다. 

 

 

 

나와 친구는 우리 집 앞에서 한번 만났다. 내가 사는 도시에 친구의 어머니가 살고 계셨다.

 

어머니를 보러 오면서 친구는 나를 한번 만나고 갔다. 차나 한번 하자 인사했는데

 

진짜 차를 한번 마시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어렵기만 하던 친구였는데 이제 더 이상 어렵지 않아서 놀랐다.

 

우리는 어릴 때 이야기를 하다가 살아온 이야기를 하다가 또 몇가지 우스개 소리도 하다가

 

헤어졌다. 서로 기억하는 게 달랐다. 경주 이야기도 했다. 경주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었다.

 

그 때 모두 스무살이었으니까.

 

 

 

다른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 친구가 내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참 좋은 사람이라고. 내가 진심으로 자신의 행복을 빌어주었던 것을 그 친구는 알고 간 

 

모양이었다. 나는 마음에 또 이 칭찬을 품는다. 

 

 

모두 행복하기를 상처입은 사람도 상처없는 사람도

 

 

 

시간이 많이 지나서 또 만날 수 있게 될까. 친구는 그 때는 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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