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미소년을 떠나보내며 완결

 

 

중요한 것은 미소년의 외모가 아니었다.

 

 

그가 현실에서는 내가 늘 상상해왔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나는 진심으로 놀랐다.

 

 

 

나는 그가 어느 정도 지식인 상류층 그룹에서 나와는 다른 세상의 사람들을 상대하며

 

 

살아가고 있으리라고 막연하게 늘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상상했다.

 

 

 

내가 올려다볼 수 없거나 내가 가 닿을 수 없는 곳에서 그는 살고 있을 거라고 항상

 

생각했다

 

 

 

현실의 그는 평범한 남자, 평범한 가장이었다.

 

 

 

동창회에 온 40대의 더 이상 미소년이 아닌 구. 옛날 미소년이 말했다.

 

 

 

남중 남고 육사를 다녔으니 평생 여자라고는 구경도 못하고 살았다.

 

 

무슨 소리야. 다들 너를 얼마나 좋아했는데. 그렇게 많은 여학생들이 다 너를 좋아했는데

 

 

무슨 소리야. 평생에 여자라고는 없었는데.

 

 

 

 

우리 모두는 어른이 된 그와 데이트 한번 해보는 꿈을 꾸고 앉으면 그의 소식을 궁금해했지만

 

막상 그는 여자라고는 구경도 못해보고 전방을 떠도는 군생활을 했다고 했다.

 

 

 

늦게 만난 부인과 얼마나 사이가 좋은지 그는 신혼에도 하지 못할 포즈를 한 부인과의 사진을

 

카톡프로필로 가지고 있었다. 두 손을 맞잡고 고개를 맞댄 중년 부부라니. 오. 내 눈.

 

 

 

평생 여자 하나 만나기가 너무 어려웠고 그렇게 만난 아내라서 너무 소중하다고 했다.

 

 

 

정말 본인이 인기있는 걸 전혀 몰랐냐고 다시 물으니

 

 

전혀 몰랐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은데 어떻게 알 수 있었겠냐며.

 

 

 

이라크에 오래 있었고 이후에도 여자를 만날 일은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미소년과 헤어졌다.

 

 

 

만나지 않았더라면 내내 내 상상 속에서만 살았을 미소년은 가운데 머리가 이미 많이

 

 

벗겨진 현실의 동글동글한 아저씨가 되어 

 

 

 

저벅저벅저벅

 

 

 

걸어온 것 처럼 걸어서 나갔다.

 

 

 

 

모든 소년은 노인이 되고

 

 

모든 소녀들은 할머니가 된다.

 

 

 

 

미소년은 동글동글 아저씨가 되어서 사람좋게 웃으며 그 날의 자리를 떠났다.

 

 

 

 

미소년을 그렇게 보냈다. 가을밤이었다.

 

 

 

 

미소년을 알던 시절의 더벅머리 선머슴같던 내가 오히려 얌전한 중년의 부인이

 

되어있더라며

 

미소년이 놀랐다.

 

 

 

세월이 그렇게 지나갔다.

 

 

 

 

미소년 완결

 

 

 

 

다음에는 우리 동네 4월이면 늘 목련꽃이 피는 이층집에 살던 남자동창 이야기를

 

적어보겠습니다.  가제. 목련나무피던 집에 살던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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