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로맹 가리와 페루 이야기

나에게 '페루' 라는 국가가 '아이 엠 그라운드 나라 이름 대기'를 

떠나서 개별적 의미로 다가온 것은 이 책 때문이었다. 

 

작가 로맹 가리는 유대계로 러시아-리투아니아 지역- 출생, 유대인 박해를

피해 프랑스로 귀화. 법학을 공부하고, 공군 대위로 2차 대전 참전 후

외교관이 되었으며, L.A 프랑스 총영사의 자리에 오른다. 

그의 인생은 '새벽의 약속' 이라는 자전적 소설에서 잘 드러난다. 

 

나는 '새들은 페루에서 죽다' 를 94년 초판 현대문학 프랑스 문학상 수상 

작품집, 김화영 선생의 번역으로 처음 읽었다. 몇 해 전 김남주 번역으로

나온 같은 책을 읽었는데, 김남주의 번역이 편하게 읽기에는 더 좋았다.

 

-자기 자신과 헛되어 절교하려는 사람이 다 그러하듯 그는 

다른 사람들과 인연을 끊어버렸다. -

-그의 속에는 그 무엇인가 포기하기를 거부하는 것이, 

희망이라는 모든 낚시밥을 끊임없이 무는 것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삶의 심연 속에 숨어 있다가 황혼의 시간에조차도 문득 찾아와서

모든 것에 빛을 던져줄 수 있는 행복의 가능성을 그는 남몰래

믿고 있었던 것이다. 일종의 손댈 길 없는 바보스러움이 

그의 내부에 잠겨 있었다.-

 

카뮈가 '결혼, 여름' 에서 말했던 것과 같은 그 희망. 

그렇기에 그는 허무에 빠지지는 않는다. 

 

작년 11월에 세 번째로 페루에 갔습니다. 

처음 두 번은 남편과 함께였고, 지난 여행은 혼자였는데, 

처음 두 번 여행에서 파업 때문에 마추픽추에 가지 못했습니다. 

같이 갈 사람을 위해, 다시 마추픽추는 남겨두고, 오롯이 리마와

쿠스코만을 즐겼습니다. 저는 여행 가서 동네 마실 나온 사람처럼 

노는 것을 좋아하는데, 리마는 그러기에 충분히 좋은 곳입니다. 

수도 리마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인 미라 플로레스에서 조금 더 

위쪽 산 미구엘 지역 해변까지 며칠을 걷고, 걷다가 맥주도 한 잔 

커피도 마시고 또 걷고. 네덜란드에서 온 처자들과 한 두 어 시간

수다를 떨기도 하고, 그 다음 날 그녀들이 만난 독일 청년과 같이

브런치를 하고. 

저는 세계의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이 여행지에 왔는지 그런 얘기를

함께 나누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결국 사람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문화를 보고, 또 사람들이 감히 어쩌지 못하는 자연 그 자체를 

느끼는 것이 여행이라 생각하거든요. 

 

쿠스코는 시위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지만 그래도 세계의

배꼽이라는 그 이름처럼 젊음을 즐기는 사람들도, 마추픽추를 향한

경건함을 준비하려는 사람들도 모두 함께 잘 담아 주었습니다. 

 

다음 페루 여행에서는 전에 여기서 몇 분이 말씀해 주신 것처럼

잉카트래킹을 하며 안데스에서 밤을 보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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