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에 남편이 시댁에 갔어요.
일주일에 한 두번은 가는데 전혀 불만 없어요.
자기 가족이라면 얼마나 죽고 못 사는지 알기에
저한테 매번 같이 가자고 하는것도 아니고
오히려 시댁에서 저녁까지 먹고 오니 전 너무 좋아요.
혼자 남아 몇 달 전부터 너무 먹고 싶은데 벼르고만 있던
만두를 빚으려고 만두속까지는 준비했는데
너무 피곤해서 만두를 못 빚고 저녁도 못 먹은체
잠이 들었어요
시댁에서 출발한다는 남편 전화에 깨서 보니 밤 10시 반.
그제서야 부랴부랴 일단 만두 딱 10개 빚어서
찜통에 찌고 있는데 남편이 도착했더라구요.
당연히 남편은 저녁 먹고 왔고 저는 저녁 못 먹어서
이제 만두 먹으려고 한다고 했고
어머님이 이것저것 챙겨보내주셔서 감사 전화 드려야 하는데
이미 시간이 밤 11시 30분이 넘어서 내일 전화 드리겠다고
분명 남편에게 얘기했고 알았다고 했어요.
제가 만두를 너무 좋아하는데 시판 만두는
못 먹는 사정이 있어요.
제가 빚은 집만두만 먹는데 마지막으로 만든게 일년 가까이
되어가요.
거의 일년만에 너무 먹고 싶었던 만두를 찜통에서 꺼내서
막 먹기 시작했는데 남편이 시어머님께 전화를 하네요?
보통 남편이 집에 도착하면 잘 도착했다고 어머님께
전화 드리고 바로 저 바꿔주면 안부도 여쭙고
보내주신거 있을땐 감사 인사도 하거든요.
분명 내일 전화드린다고 했는데 밤 12시가 되어가는데
이제 막 뜨거운 만두 입에 넣고 쩔쩔 매는 제 앞에서
어머님과 통화를 하니 전 만두를 뱉고 전화를 받을 수도 없고
너무 당황스러워서 전화 바꾸지 말라고 했어요.
머리속에 오로지 자기 엄마가 걱정하며 기다릴 생각과
반찬 보내놓고 며느리에게 고맙단 인사와 너무 맛있다는
칭찬 기다리는 엄마 생각밖에 없었던거예요.
만두 미처 다 못 먹고 찬물 들이키며 억지로 넘기고
왜 며느리는 전화 안 바꾸고 끊었지 궁금하고
걱정 늘어져 있을 어머님께 바로 전화드려서
보내주신 음식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끊고 나니
너무 화가 나는거예요.
저녁도 못 먹은 아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음식 힘들게
장만해서 먹기 시작한건 눈에도 안 들어오는
저런 머저리 같은 미숙한 인간과 같이 하는
결혼생활이라는게 과연 얼마나 가치 있는걸까
극도로 회의스럽고 현타 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