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남편과 떨어져 지내보니 좋은 점

너무 많은데요.

타지방에 혼자 사시는 시엄니 이제는 시설로 모셔야 될 때가 된 것 같아서 남편이 먼저 가서 집 정리하고 옮기는 걸 도와드리고 저는 아이 학교 방학하면 따라 가는 걸로. 몇 달 따로 지내게 되었는데요. 처음 하루 이틀은 한 사람이 집에 없으니까 허전한 기분도 들었지만 곧 너무 편하고 좋다는 걸 알게 되었네요. 아이도 아빠가 없으니까 부부싸움을 안 해서 집이 집같고 쉴수 있어서 좋대요. 아빠랑은 하루에 한 번 영상 통화 하니까 예전보다 멀어지는 것 같지도 않고요.

 

뭐가 제일 좋냐면요, 제가 화 낼 일이 없어요. 화를 내는 게 얼마나 에너지 소모가 크고 스트레스 받는 일인지 이제 알겠어요. 예전엔 일상생활에서의 남편의 말과 행동들이 못 마땅해서 눈만 마주치면 싸움이 되곤 했는데요.

이런 식이죠.

아침에 일어나면 저는 하루 스케쥴 확인부터 하거든요. 남편한테도 오늘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묻고 저녁은 집에서 먹는지 먹으면 뭘 먹고 싶은지 장은 누가 볼지 그런 걸 물어보면 건성으로 듣거나 짜증부터 내요. 방금 일어난 사람한테 질문을 너무 많이 한다고요.

결국 장보는 것도 저녁 차리는 것도 먹고 치우는 것도 제 몫이라 식사 끝나고 나면 화가 나요. 애는 공부해야 하지만 남편은 설거지라도 도와야 하잖아요. 결국 저도 안 하고 집은 엉망이 돼요. 

 

요새는 남편이 없고 마침 저도 직장일이 좀 한가해서 아이 학교 끝나고 오면 먹고 싶은 거 물어서 같이 장보고 맛있게 저녁 차려먹고 영화나 드라마 하나 정도 같이 보고 슬슬 정리하고 책보고 운동하고. 정말 사는 것 같네요. 그동안 아이 생각해서 이혼은 꿈도 안 꿨는데 따로 사는 게 같이 사는 것보다 이렇게 행복하다니. 서류 정리 안 해도 이렇게 계속 별거라도 했으면 좋겠다 싶어요. 남들이 볼 때 별다른 사유가 없는데도 이혼하고 아이 혼자 키우면서 돌싱이라 행복하다는 친구들 보면 이해가 안 갔었는데. 어쩌죠, 저도 이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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