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이 계절에 뭘 하면서 살고계시나요

지난 3월중반무렵부터

동네에 있는 식판세척업체에

알바하러 다녀요.

처음엔  고달프고 힘들더니

한달, 두달이 지나면서

이젠 사람들과 말할틈도 없이

정신없이  일하는 두시간반이

너무도 익숙한 일상이 되었어요.

 

시간에 쫒기면서

많은 식판들을 세척하는 몇번의 과정을 거치고

건조기에 돌리고

주변청소하고 퇴근할때면 말이죠.

집을 나설때의 한창 뜨거운 기운은 다 사라지고

벌써 목덜미가 선뜻한 저녁바람이 

불어요.

 

저처럼 이렇게 일하고 가는

사람들은 모두 6명이에요.

한마디 말할 틈도 없이

모두 스텐식기가 부딪치고

물분사기가 시끄러운 그 곳에서

묵묵히 일만 하다가요.

퇴근할때도 서로 눈인사도 하는둥마는둥

다들 뿔뿔이 흩어지느라 바빠요.

 

그들이 어디사는지

그전엔 무슨일을했는지

서로가 알수없고

알필요도 없어요.

 

늘 그렇듯이 제가 들어선 

저녁나절의 골목길

참 호젓합니다.

바람이 가득합니다.

고등학교 졸업한후부터

많은 직업을 거쳐왔고

50살인 지금은

두아이를 키우며

설거지알바를 하는데

이일도 전 꼼꼼하게 열심히

하다가 옵니다.

 

언젠가  갓 애동이 되었다는

무당에게 전화점사를 봤더니

착하대요. 너무 착하대요.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제 겨우

맘을 내려놓았대요.

라는 말을 처음 건네준 그 무속인의

점사는.

맞는말같았어요.

이제 겨우 사람들에게 상처받지않으려면

너무 다가가면 안된다는것을 알았거든요.

 

두아이에게 아직 손이 가서

전 작년에도 알바를 했는데

에어앤비용 방을 청소하는 일이었어요.

크게 돈이 되진않았어요.

언제 청소하러 갈지는 늘 예측불가한일이라

전 늘 그 방에 대기상태였어요.

그일을 1년넘게 하다가 

지금은 이 세척알바를 하는데

말을 많이 아끼고

묵묵히 일만 하다가 오는

이 일이 내게 맞는 건가보다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참 씁슬한 깨달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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