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로 남편과 요즘 계속 냉전이라 남편과 함께 보려고 합니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쓸게요.
아이는 초3 외동남아입니다. 성적은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은데
공부에 소질이 있는 영리한 아이는 아닙니다.
저희는 맞벌이고요.
남편은 학창시절 내내 운동을 해서 공부랑 책은 담쌓았고
공부요령도 전혀 모르고.
대신 매사는 정신력이다.
뭐든간에 하면 된다. 이런 마인드입니다.
누가 시키면 확실하게 해내는 타입이라 직장에서 승진도 빨랐고 믿을 만한 사람이긴 합니다.
저는 느긋한 편이고 공부는 잘한 편이고, 배우고 읽고 하는걸 지금도 좋아하는 편입니다.
대신 저는 잘 미루고 계획한대로 실천을 못해요.
되면 되고 말면 말지. 그럴수도 있지 이런 마인드고요.
아이는 초3인데 성격이 아주 순하고 태어나서 지금까지 떼한번 쓴적이 없고 얌전해요. 친구들한테도 항상 지는 편이고 친구는 많지만 늘 따라가는 스타일이지 리더십이 있지는 않아요.
애가 학교, 학원 끝나면 7시인데
저녁밥 먹고 조금 쉬면 8시쯤 됩니다.
남편이 그때부터 공부를 가르친다고 애를 데리고 방에 들어가는데
1시간이고 2시간이고 공부를 시켜요.
근데 무슨 체계나 교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기 느낌대로 영어단어 수십개를 막 써놓고
이거 외울때까지 못자.
이런 식입니다.
물론 쉬운 단어이긴 한데 아이가 파닉스 이런것도 모르고
영어 대문자, 소문자, 인삿말 this is 이 정도 수준인데요.
어른이 외우는거랑, 영어 감도 모르는 애가 외우는 거랑 다른데
무슨 카테고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발음 원리를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예를 들면
동물(animal) 카테고리에 ant, monkey 이런게 아니고요.
온갖 쉬운 단어가 두서없이 그냥 막 몇십개 적혀있고 그걸 무조건 외우라고 하고
애는 눈물을 흘리며 공부를 합니다.
나눗셈도 지금 3학년 아이들이 3자리수를 한자리수로 나누는 걸 하고 있다치면
어차피 원리는 똑같은데 왜 못하냐며 만단위수를 두자리수로 나눠라 시키고
답 맞출때까지 못잔다 하고 본인은 계산기 들고 옆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책도 매일 한권씩 읽어서 그 내용을 자기 한테 설명해라 시킵니다.
애가 책을 읽기도 전에 한숨을 쉬고 이걸 어떻게 설명해. 하고 있습니다.
내용이 아무리 좋고 삽화가 아무리 좋아도 그걸 즐기지를 못하고, 다 읽고 나서 아빠한테 뭐라고 얘기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책이란 게 한권, 두권 읽다보면 재미가 생기고
그러다보면 앉은 자리에서 서너권도 읽고 읽은거 또 읽고 생각도 하고
이런 재미가 있어야 읽는 것이지
무슨 기사 읽고 요약하듯 한권 다 읽고 내용을 정리해서 말을 하라니 그게 말이 쉽지
그래서 애가 책 읽을 시간만 되면 한숨을 푹푹 쉬어요. 얼마나 책 읽기가 싫겠어요.
저녁만 되면 저한테 엄마 나 집 나가고 싶다.
아빠가 야근하고 왔음 좋겠다.
아빠가 친구들 만나 삼겹살 100인분 먹고 왔으면 좋겠다. 이럽니다.
지 아빠한테는 말을 못하고요.
그래서 제가 남편에게 좋게 몇번 이야기를 했어요.
지금 3학년인데 벌써 공부에 질리면 나중엔 걷잡을 수 없다.
사춘기때 아이하고 사이 멀어지고 싶냐.
책은 재미로 읽어야지 강제로 읽히면 안된다.
제 말은 듣고 한 귀로 흘리더군요.
하루는 아이가 학교 끝나고 와서 얼굴이 죽상이 되서는
방에 들어가서 우는거에요.
나 진짜 아빠랑 공부 못하겠어. 차라리 학원을 보내줘. 하더라고요.
(근데 그 늦은 시간에 3학년 수업하는 학원은 없죠)
그래서 남편하고 둘이 나가서 밥먹자 하고는 밥먹는 시간 내내는 말 안하고
집으로 걸어들어오는 10분동안
좋게 좋게 이야기를 했어요.
아이가 집에 와서 운다. 아빠가 싫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공부방식은 진짜 아니다. 라고요.
차라리 교재를 하나 딱 두고 하루에 3장이면 3장 정해서 하지
두서없이 1시간인지 2시간인지 언제끝날지도 모르게 공부를 하니 애가 너무 괴로워한다.
그건 효율도 없고 고문이다.
내가 차라리 가르치겠다 했어요.
그러니 버럭버럭 길바닥에서 소리를 지르면서
한번만 이야기하면 되지 똑같은 소리를 몇번을 하냐면서
다 때려쳐. 나는 뭐 안피곤한지 알아? 당신은 뭐 해? 하더라고요.
(제가 안가르친다 이거죠. 근데 저도 집에 오면 넉다운이라 저녁밥 차리는 것만으로도 벅차요)
제가 당신은 이래서 말이 안통해. 절레절레하고 그냥 그뒤로 냉전이었고요.
지금 다니는 피아노, 태권도를 끊고 공부학원을 보내자해도 남편은 반대.
왜냐면 피아노는 저학년때 무조건 배워야되고
그것도 애한테 맨날 닥달해요. 너 지금 배운지 2년인데 악보를 봤으면 양손으로 바로 쳐야되는거 아니냐고.
태권도는 운동 하나는 무조건 해야되니까 끊을 수 없고 애가 태권도 무슨 단증? 무슨 띠? 암튼 그걸 따야지만 끊게 해주겠다고
그래서 공부학원을 보낼래야 보낼시간이 없어서 못 보내요.
애가 너무 불쌍해서 제가 먼저 남편하고 좋게 풀고
남편한테 다시 이야기를 했어요.
정 그러면 수준에 맞는 교재를 정해놓고 (제가 적당한걸 샀음)
영어 3장, 연산 3장 이렇게 하자.
책은 나랑 애랑 같이 읽고 서로 대화하고 이야기하는 걸로 하자.
그래서 이렇게 이야기가 끝났어요.
아이는 엄청 좋아했고요.
책을 저랑 같이 읽고 내용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하고 상상하고 그렇게 부담없이 읽고 끝.
그다음에 저녁 8시에
연산 3장, 영어 3장 딱 하고 저한테 채점받고 틀린거 고치고 했는데 8시 30분에 끝났어요.
남편이 애를 부르더니 최소 한시간은 해야지 30분 하고 끝이야???
들어가서 더 해. 하고 시키니 애는 또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들어갔어요.
그리고 공부하다가 배아파서 화장실에 5분 앉아있고
저한테 와서 엄마 똑같은 책 3장 더하면 돼? 어쩌고 물어보고 갔는데
왔다갔다 한 시간이 10분 넘었다고 15분 더하라고.
정말 저는 너무 화가 납니다.
평소에 남편은 아이한테 너무 잘하고
유치원때 이사와서 아이 친구들 없을때 남편이 동네 아이들과 다 놀아주면서 친구 만들어주고
주말마다 자전거 타고 멀리까지 다니고
애기때부터 매일 씻기고 재우고 했어요.
그건 고마운데 아이가 크면클수록 아이한테 함부로 대하고 말도 너무 강하게 합니다.
원래 작년까지만 해도 애가 아빠를 그렇게 찾고 자기전에도 둘이 몸싸움하고 부비고 그렇게들 좋아했는데 이제는 애가 아빠를 피합니다.
애가 순둥이라 아빠한테 꼼짝 못해요. 아빠가 성격이 강하기도 하고.
남편한테 뭐라고 알아듣게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내용이 구체적이라 내용은 나중에 지우겠습니다. 댓글은 두고두고 읽을테니 선배님들 조언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