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답이 없네요.
처음 결혼 했을 때 시아버님이 저를 앉혀놓고 얘기해 주셨어요. 네가 알아야 될 게 있다고요.
남편이 두 형제 중 맏이인데 남편은 무난하게 대학 갔지만 동생은 고등학교때 연애하다 대학 진학을 못하고 졸업과 동시에 결혼했어요. 시부모님이 어린 아들이 가장이 된 게 안스러워서 갖고 계신 뭔가를 팔아서 집얻을 돈을 마련해 주셨대요. 그런데 그 당시에 작은 아들만 증여를 해 주는 게 도리가 아니다 싶어서 대학생이던 남편한테도 같은 액수를 주셨대요. 성실한 제 시동생은 밤낮없이 일하면서 그 때 받은 돈을 종잣돈 삼아 점점 불려 나가서 40쯤 되었을 때 이미 자산가가 되어서 시부모님께 그 때 받았던 돈 이상 돌려 드렸는데요. 남편은 그 때 받은 돈으로 아프리카 여행하고 세네갈 두 달 살기 하고 그 돈을 물쓰듯이 바로 다 써버렸대요. 네 남편은 돈 모으는 데는 관심이 없고 버는 족족 여행으로 써버리는 성향이 있으니 잘 알아두고 너라도 단도리 하라고요.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남편이 또 뜬금없이 파리 가족 여행을 질렀다네요. 그것도 제 카드로요. 올 초에 스페인 여행 재밌게 하고 돌아와서 올해는 해외 여행 또 하는 일 없겠다 싶었는데. 너무 화가 나서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떠나지 않으면 미치겠다고요. 자기 스트레스 푸는 방법을 해외여행 말고는 모르는 것 같아요. 이런걸 역마살이라고 하나요. 그럼 자기 돈 모아서 혼자 갈 것이지 우리는 이제 정말 런던, 파리, 도쿄, 다 지겹단 말이죠. 보통 저 정도 중산층에서는 가족 해외 여행 잘 해야 1년에 한 번 정도 돈도 모으고 계획도 자세하게 짜고 준비 많이 해서 떠나는 게 정상 아닌가요. 이걸 가지고 또 싸우자니 떠나기 전부터 지치네요. 이왕 표 다 사버린 거 웃는 얼굴로 따라가야겠죠. 에효.